산업 산업일반

[MK공백 현대車] (하) 상생은 선택 아닌 생존

"협력사, 글로벌 경쟁력 선두에 서라"<br>"완성차 업체 종속아닌 동반자다" 입증 기회<br>"한숨 쉰다고 길 없어…기술력 더욱 키워야"<br>현대차 전액 현금결제등 파격 지원책 마련



“한국 자동차산업의 간단 없는 전진을 위해서는 그동안 후미에서 따라왔던 협력업체들이 앞으로 일정 기간 자발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급속히 흔들리는 현대ㆍ기아차 및 협력업체들의 모습을 지켜본 재계의 한 관계자의 지적이다. 검찰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구속수사하면서 현대ㆍ기아차에 부품을 공급해오던 4,700여 협력업체들은 한결같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마치 망망대해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어느 방향으로 키를 돌려야 할지를 몰라 안절부절하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협력업체들이 현대ㆍ기아차에 종속돼 있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적 입장임을 증명해야 할 기회”라고 강조한다. 한치의 양보 없이 진행되는 글로벌 경쟁무대에서 그동안 현대ㆍ기아차가 앞장서 ‘한국산 자동차 선단’을 이끌었다면 앞으로 상당 기간은 줄곧 후미를 담당하던 협력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선단의 앞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숨 쉰다고 길이 열리지는 않는다’=현대차가 현재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글로벌 전략’을 진행시켜야 할 톱니바퀴들의 방향감각 상실이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가 처한 경영위기는 GM과 포드의 자체 경쟁력 붕괴가 가장 큰 요인이지만 지표면을 한꺼풀 벗겨내면 델파이나 C&A 같은 대형 부품업체들의 경쟁력 약화가 두텁게 깔려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GM과 포드가 흔들리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바로 이들 핵심 부품업체들”이라며 “이들 부품사가 줄줄이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휘말리게 된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려는 자발적인 노력이 부족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완성차 경쟁력을 되살리려는 GM과 포드가 ‘글로벌 아웃소싱’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는 점 역시 국내 현대ㆍ기아차 협력업체들이 되새겨볼 대목이다. 반면 전세계 자동차시장을 상대로 무한질주하고 있는 도요타의 경쟁력에는 일본 ‘덴소’와 같은 협력업체의 힘이 절대적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일본의 도요타가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글로벌 일류 수준’의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들의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꼽고 있다. 완성된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부품은 대략 2만개가량이다. 이 부품 하나하나가 품질과 가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완성차의 경쟁력을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협력업체들 앞에 펼쳐진 상황은 현대차보다 훨씬 위태롭다”며 “지금은 ‘현대차의 무사 귀환’만을 기도하기보다 ‘한 치 높은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어느 때보다 더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잃을 것도 많지만 얻을 것도 많다=“원화절상과 고유가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완성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협력업체와의 상생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최근 전액 현금결제 등 파격적인 협력업체 지원방안을 마련한 것도 우리 스스로의 힘만으로 최근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단이다.” (현대차의 한 고위관계자) 이번 현대차 비자금 사태를 맞아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전략이 측정하기 힘든 타격을 입었지만 그 와중에도 얻을 것들이 있다. 현대ㆍ기아차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질주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온 협력업체들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 동시에 협력업체들도 ‘모회사가 망하면 우리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기회가 됐다. 이는 곧 “양측간 동반 성장이 없으면 모두의 미래도 없다”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상생경영과 관련, “단순히 부품을 팔거나 사주는 것을 상생협력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꼬집는다. 협력업체들은 대기업이 자신들과 장기간 함께할 동반자라는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공정한 룰을 지키며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동시에 대기업 역시 파트너라는 인식 아래 자구노력과 원가절감의 필요성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는 말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과 인력ㆍ자금 등 모든 면에서 중소 협력업체들은 대기업과 달리 자원이 부족하다”며 “현대차와 협력업체는 상호간 품질과 기술, 원가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윈윈’ 전략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좌절을 원하지 않는다면 협력업체 스스로도 지금의 위기를 세계 최고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한 ‘절치부심’의 시기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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