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신시장 도가없다/산업1부 이재권 기자(기자의 눈)

요즘 우리 통신시장은 한마디로 「싸움판」이다.경쟁의 「도」는 없어졌고, 「도」를 지나친지는 오래다. 「경쟁사 죽이기」식의 살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1세기만에 통신시장의 독점이 무너진 만큼 어느 정도 다툼은 예상됐다. 그래서 경쟁과정에서 국민들의 통신이용 비용은 내려가고, 서비스도 개선될 것으로 잔뜩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자신의 장점을 더욱 빛내고, 경쟁사보다 더욱 품질을 높여 소비자의 감동을 끌어냄으로써 고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경쟁의 원칙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동전화 회사들은 지난해 경쟁에 들어가자마자 혈전을 벌였다.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이 전쟁은 한결같이 광고를 통해 상대의 약점을 직설적이고,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양상이다. 세련미라곤 찾아볼 수 없다. PCS서비스가 임박하자 최근에는 이동전화·PCS사업자간에 「흥분을 거르지 않는 광고전」이 재연되고 있다. 급기야 시외전화시장에서는 한국통신과 데이콤이 다이얼자동선택장치(ACR)를 놓고 낯뜨거운 싸움을 펴고 있다. 데이콤이 보급하고 있는 ACR를 한국통신 직원이 절취(데이콤 주장)한 사건이 발생했고, 한국통신은 이 장치의 보급이 불공정행위라며 공정위 제소등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경쟁의 기본인 건전함은 사라졌다. 「멱살잡이」다. 싸움을 말려야할 정부는 40개의 통신사업자들을 뽑아 놓고 경쟁할 룰조차 만들어 놓지 않았다. 더구나 사업자들의 싸움을 말리고 제재해야 마땅할 법정(통신위원회)은 개점휴업이다. 도리어 싸우는 사업자들이 서로 「공정경쟁」을 하자고 소리 높이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책의 실종이다. 혼란이 극에 달했다. 국민이 원하는 경쟁은 이런 식이 아니다. 걸핏하면 멱살잡는 통신사업자에게서 개선되는 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다. 지금의 싸움이 국민들에게 주는 환멸은 내년부터 쳐들어올 외국 통신사업자들의 몫만 키워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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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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