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집안식구라도 무조건 이겨라"

계열사간 경쟁관계 갈수록 가속…경쟁 따른 부작용도 속출

`집안 식구라도 예외없다. 무조건 싸워 이겨라' 삼성의 전자 관련 계열사나 삼성전자 내부의 사업총괄간 경쟁 관계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이나 디지털미디어(DM)총괄은 반도체총괄이나 LCD총괄이 아닌 외부 경쟁사로부터 부품을 구매하는가 하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개발권을 놓고 삼성의 식구인 삼성SDI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 총괄이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 나노'에 저가의 낸드 플래시를 공급하면서 MP3플레이어 부문에서 애플과 경쟁관계에 있는 DM총괄에 타격을 입히는가 하면 DM총괄은 디지털카메라와 똑같은 외형의 캠코더를 개발해 디지털카메라를 생산하는 삼성테크윈을 긴장시키는 등 경쟁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 `우리 식구? 어림없다' 미국 애플사가 출시한 플래시 메모리형 MP3플레이어 `아이팟 나노'가 국내에도 상륙하면서 대박 조짐을 보이자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과 DM총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애플에 낸드 플래시를 공급하는 반도체 총괄은 아이팟 나노가 시장을 휩쓸수록낸드 플래시 판매량도 증가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MP3플레이어와 홈씨어터 등을 생산하는 DM총괄 산하 디지털 오디오 사업팀은 아이팟 나노의 출시로 인해 MP3플레이어 사업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중소업체들의 약진 속에 고전을 거듭하다 자회사인 블루텍의 인력과 조직을 흡수한 뒤 핵심 주력사업으로 육성하려던 MP3 사업이 초반부터 막강한 경쟁상대를 만나게 된 셈이다. 아이팟나노의 초저가 제품출시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이 저렴한 가격으로 낸드플래시를 공급한 것도 원가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DM총괄로서는 반도체총괄이 원망스러운 상황이다. 삼성전자 DM총괄은 지난 달부터 LCD총괄이 생산하지 않는 37인치의 LCD TV를 생산해 유럽지역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37인치는 LG필립스LCD, 샤프와 AUO, CMO 등 경쟁업체들의 주력 제품으로, 이들업체는 `37-42-47'로 이어지는 `+5 인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 LCD총괄은 32인치에서 37인치를 건너뛴 채 곧바로 40인치로 넘어가 40, 46인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DM총괄은 유럽지역 수요처의 요구가 있어 소량만을 제작해 판매했다고 설명하고있지만 40인치와 46인치의 표준화를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LCD 총괄은 DM총괄의 이같은 행보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의 이기태 사장은 최근 "휴대폰의 부품 구매시 삼성제품이라는 이유로 써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하이닉스가 삼성의 반도체 부품보다 더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좋은 품질을 만든다면 더 사들일 수 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 계열사간에도 `이겨야 산다' 삼성전자 LCD총괄은 삼성SDI와 능동형(AM) OLED개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삼성전자 LCD 총괄의 이상완 사장은 최근 "소형 제품은 삼성SDI가 맡고 대형은 삼성전자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삼성SDI의 김순택 사장은 "작은 것을 잘하면 큰 것도 잘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우리가 잘하는데 못하게 한다면 연구원들이나 주주들이 가만있지 않을것"이라며 대형부문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동안 그룹내에서 중.소형 OLED는 이미 삼성SDI가 맡는 쪽으로 정리됐지만 TV용으로 대표되는 능동형 대형 OLED 부문에서는 그동안 양사 모두 개별적으로 연구.개발(R&D) 작업을 진행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삼성전자 LCD 총괄과 삼성SDI는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LCD와 PDP의 우월성을 놓고 설전을 벌여왔다. 삼성전자 DM총괄도 외형이 디지털카메라와 똑같은 미니켓 캠코더 신제품 `VP-MS15'을 개발해 삼성테크윈의 디지털카메라 사업부문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제품은 68만화소의 동영상 촬영기능을 갖추고 있으나 외형이 디지털카메라와 똑같고 정지영상 촬영기능이 기존 400만 화소대에서 525만 화소로 대폭 강화돼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IT제품의 컨버전스 추세가 확산되고 있어 제품기능의 융합과 중복은 불가피한 상황이며 앞으로도 이런 경우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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