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날고 한국은 기고…` 동북아 허브항 경쟁에서 한국이 중국에 밀리고 있다. 중국은 대대적인 상하이 신항만 개발을 통해 연평균 30% 이상의 폭발적인 해운물동량 증가를 기록하면서 `허브항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부산항이 포화상태에 이르는 등 항만시설이 부족한데다 외국의 환적 화물을 끌어들이기 위한 인센티브도 충분하지 못해 물동량 증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정부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중국은 날고 한국은 기고=중국 상하이항은 폭발적인 해운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6월까지 3개월째 부산항 실적을 추월했다. 지난해까지 861만TEU의 컨테이너를 처리해 부산항(943만TEU)에 이어 세계 4위의 컨테이너항만이었던 상하이항은 올들어서도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상하이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1월 85만9,000TEU 2월 65만TEU 3월 90만1,000TEU 4월 91만6,000TEU 5월 89만2,000TEU에 이어 6월에는 94만5,000TEU를 처리해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전체 실적에서도 상하이항은 지난해에 비해 무려 35.6%나 늘어난 519만9,000TEU를 기록해 부산항(522만5,000TEU)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상반기 동안 부산항의 컨테이너 화물 증가율이 15.5%에 머문 점을 감안하면 7월 통계가 발표되는 이달 중순에서 부산항과 상하이항이 순위바꿈을 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문제는 부산항의 경우 허브항의 관건인 환적화물까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항의 환적화물은 3월 39만1,720TEU를 기록한 후 4월 39만1,390TEU로 줄어든데 이어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대란이 벌어진 5월에는 36만8,251TEU로 크게 감소했고 6월에는 36만145TEU를 기록,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해운물동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현재 22개 선석인 상하이항에 2011년까지 58개 선석을 추가로 개발하는 등 항만개발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항만시설 부족ㆍ파업 등 원인=전문가들은 이처럼 환적화물이 줄고 있는 것은 부산항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항만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80년 15.5%에 달하던 전체 사회간접자본시설 가운데 항만투자 비중은 올해 8.7%로 뚝 떨어지면서 항만시설 확보율이 79%에 불과한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항은 적정 처리량(660만TEU)보다 무려 40%나 많은 943만TEU를 처리하는 등 심각한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야적장 공간 부족으로 인한 체선현상이 발생, 선박회사들에 불편을 주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경쟁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항만배후물류기지가 없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항구의 이미지가 실추된 점도 해운물동량 감소에 한 몫 했다. 실제로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대란이 빚어진 지난 5월 중순 이후 그 동안 부산항을 중국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의 환적기지로 활용해 오던 차이나시핑과 MSC 등 외국 선박회사 2개사가 톈진과 다롄 등 북중국 항만으로 환적기지를 옮기기도 했다.
화물연대는 오는 19일까지 노ㆍ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일부터 또다시 전면 파업 돌입을 선언해 놓고 있어서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외국 선사들의 추가이탈도 우려된다.
여기에다 중국과 일본, 대만의 주요 항만들이 항만사용료 할인 등을 내세우며 환적화물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화물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도 부족해 실적 감소를 부채질하고 있다.
◇국가차원 대책 서둘러야=전문가들은 허브항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항만시설 투자를 앞당기고 과감한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황중 한진해운 동북아지역본부장은 “정부가 환적화물에 대해 입출항료를 인하하고는 있지만 이것으로는 제3국 화물을 끌어들이기에는 미흡하다”며 “환적화물에 대해 비용을 대폭 더 낮추고 파업으로 인한 이미지 훼손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문구 무역협회 동북아물류실 차장은 “중국 수출입 물동량의 급증과 경쟁국 항만들의 치열한 환적 유치경쟁으로 국내 항만 이탈현상의 가속화가 우려된다”며 “부산신항과 광양항 등 국내 항만시설에 대한 투자를 앞당기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