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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SOC사업 '올스톱' 위기… "투자자가 없어"

기공식 한달 지나도록 첫 삽도 못떠<br>수익성 낮고 최근 금융권선 PF사업대출 자체를 꺼려<br>지난달 대책도 실효성 없어… 일자리 창출에 큰 부담



지난 2월24일 기공식을 가진 ‘서수원~의왕 고속화도로’ 확장 공사 현장. 두산건설 등 18개 건설회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이 민자사업은 기공식이 열린 지 한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금융약정이 체결되지 않아 공사 자금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 18개 건설회사가 설립한 ㈜경기남부도로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가 없어 대주단 설립조차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며 “현재 착공 예정일을 오는 5월로 미룬 상황이지만 여기서 얼마나 더 사업이 지연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금조달 길이 막히고 채산도 안 맞아=수익형 민자사업(BTO)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는 이유에 대해 건설업계는 당초 정부와 합의한 수익률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합의 당시와 달리 경제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금리가 높아져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로 급변했다는 것. 특히 민자 SOC사업의 수익을 일정 부분 보장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제도가 지난 2006년 폐지되면서 이후 제안된 사업들은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더구나 금융권은 최근 PF사업에 대한 자금대출 자체를 꺼리고 있다. 실제로 올해 착공이 예정됐던 민자 SOC사업의 평균 세후 수익률은 4~6%선이지만 PF 조달 금리는 7~8%선에 이르는 탓에 은행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10% 이상의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채산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안양~성남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롯데건설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경제위기 속에서 2007년 7월 정부와 실시협약을 맺을 당시 산출된 수익률(5.49%)로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힘들다”며 “MRG가 사라지면서 사업 자체의 리스크도 커져 공사 진행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MRG를 부활할 분위기도 아니다. MRG가 적용된 BTO사업이었던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의 경우 2007년부터 연 평균 918억원가량의 적자를 보전해준 것으로 드러나면서 혈세 낭비 논란을 야기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MRG 부활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효 없는 정부의 민자사업 활성화 대책=민자사업이 곳곳에서 파행을 겪자 기획재정부는 2월26일 ▦산업은행의 1조원 규모 특별융자 ▦금리변동 위험완화 ▦사업기간 단축시 인센티브 부여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민자사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업계는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 특별융자의 경우 브리지론 성격을 지닌 단기금융인데다 조달금리 역시 시중 조달금리와 비슷한 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관측돼 민자사업 활성화 효과를 거두기에는 크게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사업지연에 따른 용지보상비 증가분을 사업시행자에 떠넘기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업추진 기간을 16개월로 단축할 경우 준공 시설의 운영기간을 늘려주는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추진 기간이 늘어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용지 보상에 대한 대책이 없어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측은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건설사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지만 해지지급금에 대한 실시계획 조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자사업 고사위기… 일자리 창출에도 부담=민자사업이 고사할 위기에 처하면서 정부의 최대 현안인 일자리 창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99년 전체 SOC사업 중 5.6%에 불과하던 민자사업의 비중이 지난해 29.3%로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민자사업이 지금처럼 지지 부진할 경우 ‘30대 선도프로젝트’와 ‘녹색뉴딜 사업’ 등을 통해 96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내겠다는 정부의 목표 역시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이들 두 프로젝트에서 앞으로 4년간 총 32조원가량의 사업을 민자로 시행할 예정이다. 김성일 국토연구원 건설경제전략센터장은 “경제침체가 심화되면서 건설업 취업자 역시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며 “정부 예산을 통한 공공투자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제안 사업을 활성화해야 경제위기의 조기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용석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단기적인 금융융자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2006년 만들어졌던 인프라펀드 등의 활성화 대책을 다시 한번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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