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리빙 앤 조이] 선비같은 매화·가객같은 벚꽃

매화

산수유꽃

동백꽃

벚꽃


■ 전국 꽃구경 명소 산과 들에 찾아온 봄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마음 설레는 계절이다. 춥고 스산한 겨울을 견뎌낸 이들에게 따뜻한 봄은 '선물'과도 같은 존재인 까닭이다. 봄이 가져다주는 선물로 빠질수 없는 것이 꽃 소식이다. 산과 들에서 시작된 꽃 소식이 안마당까지 전해지면서 전국 방방곡곡은 '꽃 축제의 계절'에 접어든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봄꽃 개화 시기는 평년(1971~2000)보다 평균 5일 정도 빠르고 지난해에 비해서는 3일 정도 늦다고 한다. 3월 11일쯤 서귀포에 당도한 개나리는 곧바로 뭍으로 상륙, 13일 부산, 16일 대구, 17일 여수를 거쳐 25일이면 강릉까지 북상할 예정이며 서울에서는 3월 27일경이면 개나리를 볼 수 있다. 진달래는 서귀포에 3월 12일 상륙해 서울에서는 3월 26일경에 진달래꽃을 만날 수 있을 예정. 동백꽃, 매화, 벚꽃, 산수유 등 봄의 전령사들이 전하는 봄꽃 축제 속으로 들어가보자. ◇선비의 상징, 매화 나뭇가지에 핀 매화는 하늘거리는 치마를 두른 듯 수줍으며 꽃잎 끝에 흐르는 붉은 기운은 '홍조 띤 소녀' 같지만 꽃망울에서 툭 불거져 나오는 개화 과정은 '수줍음'보다 오히려 '결연함'이 엿보인다. 하얗기도 하고 살짝 분홍빛이 돌기도 하는 매화가 일제히 꽃을 피우면 가지마다 눈꽃이 만개한 듯하다. ▦광양매화문화축제(3.13~21)=광양시 다압면 일대의 일명 '매화마을'을 중심으로 만개한 매화 풍경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섬진강변 백운산 동편부터 펼쳐지는 매화 절경을 감상하면서 질 좋은 매실 가공식품까지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승용차에 몸을 싣고 달리기보다는 발품을 팔면서 마을 곳곳을 둘러보면 매화 향기와 매실 먹거리까지 두루 즐길 수 있다. ▦땅끝산이매화축제(3.20~21)=전남 해남군 산이면 예정리에 있는 보해 매실농원은 보해에서 운영하는 농원으로 1만 4,000여 그루의 나무가 자란다. 매년 봄이 되면 관광객들에게 농원을 개방하는데 그윽한 매화향에 이끌려 찾아오는 30만 남짓한 상춘객들이 매화 풍경을 감상한다. 축제기간동안 보해매실농원에서는 사진촬영대회를 개최해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살포시 흔들리는 샛노란 산수유꽃 '아직은 겨울'이라며 고집스럽게 새싹조차 내밀지 않는 나무들 사이로 산수유 꽃이 먼저 고개를 내민다. 봄기운을 전하는 꽃 소식은 산수유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 멀리서 노랗게 핀 꽃을 보고 개나리인 듯싶어 한 걸음 다가갔다가 훌쩍 큰 키에 놀라 그제서야 '산수유구나' 깨닫는다고 한다. ▦구례 산수유꽃축제(3.18~21)=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온천지구 일대에서 열리는 구례산수유꽃축제는 매년 3월이면 점점이 노란 산수유 꽃들이 일제히 개화하는 시기에 열린다. 산슈유 꽃은 인상파 유화처럼 산수유 마을 일대를 샛노랗게 물들인다. 올해 축제는 산수유꽃길 소달구지 타기, 염색 체험, 산수유 대형 족욕탕 체험, 산수유꽃길 트레킹 등 '봄맞이'와 '건강'을 두루 버무렸다. ▦의성 산수유꽃축제(3.20~4.4)=경북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의 논두렁과 밭두렁을 둘러싼 산수유꽃 행렬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마을 입구부터 산자락까지 산수유 나무 3만 그루가 만들어낸 군락은 능선과 능선이 겹치는 마을 안쪽까지 노랗게 물들인다. 한적한 시골 마을이던 화전리는 산수유꽃 풍경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필 때보다 질 때 더 가슴 저미는 동백꽃 붉고 아리따운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에는 '겨울에서 봄까지 꽃이 귀한 시기에 꽃을 피운다'고 해서 '동백(冬柏)'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동백은 꽃이 붉어 가장 아름답다 여겨질 때 목이 부러지듯 송이째 뚝뚝 떨어지기 때문에 꽃이 피었을 때와 꽃이 떨어질 때를 모두 보아야 제대로 본 것이라고 한다. 동백꽃은 전북 고창 선운사 대웅전 뒤쪽의 동백나무 숲, 오동나무가 많아 이름도 거기서 따 왔다는 전남 여수시의 오동도에서 특히 유명하다. ▦서천 동백꽃 주꾸미 축제(3.20~4.4)=충남 서천의 명물인 동백꽃과 지역 어족자원으로 각광받는 주꾸미를 동시에 구경하고 맛볼 수 있는 축제다. 축제가 열리는 마량리에는 한 겨울 모진 추위를 견디고 피어난 붉은 동백이 서해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특히 동백숲 위쪽으로 자리잡은 동백정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풍경과 환상적인 낙조는 찾는 이들을 황홀경으로 안내한다. ◇눈꽃처럼 맺혔다 비처럼 내리는 벚꽃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가 아이들의 웃음 같다면 진갈색 벚나무에서 피어나는 벚꽃은 함박웃음 같다고나 할까. 엷은 분홍빛으로, 또는 눈이 온 듯 하얗게 피는 벚꽃은 일제히 피었다가 한꺼번에 떨어진다. 봄바람이 살살 불어오면 초록잎을 내기도 전에 주변을 하얗게 장식하는 벚꽃은 선계(仙界)를 만난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벚꽃을 둘러싼 오해 중 하나는 일본의 나라 꽃이 벚꽃이라는 것. 그러나 공식적인 일본의 나라꽃은 국화다. 벚꽃이 가장 화려하게 피는 왕벚나무의 원산지도 제주도라고 한다. ▦화개장터 벚꽃축제(4.2~4)=경남 하동군 화개면에서 열리는 화개장터 벚꽃축제는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십리 벚꽃길이 무대다. 섬진강변부터 화개동천 25km 구간은 보송보송한 눈이 쌓인듯 만개한 벚꽃으로 단장하고 봄 햇살과 어우러져 한층 더 눈부신 풍경을 만들어낸다. 산뜻하게 벚꽃으로 갈아입은 벚나무들이 도열하듯 길을 따라 손짓하고 여행자들은 곳곳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바쁘다. ▦영암 왕인문화축제(4.3~6)=1992년 군서벚꽃축제로 시작한 영암의 봄맞이 축제가 1997년 영암왕인문화축제로 확대되면서 화려한 벚꽃놀이와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되새기는 축제로 거듭났다. 왕인 박사 유적지와 구림마을, 도기박물관 등 영암군 일대에서 펼쳐지는 왕인문화축제는 삼국시대에 백제에서 일본 응신천황의 초청을 받아 일본으로 건너가 백제문화를 전수하고 일본 고대문화 발전에 기여한 왕인 박사 탄생지에서 열리는 문화축제다. 축제의 절정은 벚꽃이다. 낮에는 봄바람에 흔들리는 벚꽃에 취하고 밤에는 공연을 감상하며 봄 밤의 정취에 취해보자. ◇봄의 절정에 만나는 분홍빛 철쭉 봄을 맞은 산천마다 살포시 고개를 드는 분홍빛은 진달래일까, 철쭉일까? '두견화'라는 별칭을 가진 진달래는 수술대 주변에 검은 반점이 없지만 철쭉은 꽃 색깔이 연분홍이나 분홍빛이며 꽃이 피면서 잎도 따라 나온다. 철쭉이 한창인 산야는 산 능선을 따라 연분홍 물감을 풀어놓은듯 화려하다. ▦단양 소백산철쭉제(5.22~30 예정)=분홍치마를 겹쳐 입은 듯한 철쭉 물결이 시작되는 5월이면 충청북도 단양 남한강변과 소백산 연화봉을 중심으로 소백산철쭉제가 열린다. 소백산의 정기를 받으며 연분홍빛 철쭉 향기에 취하다 보면 자연의 에너지를 듬뿍 받는 느낌이 절로 든다. 철쭉꽃길 걷기, 도자기ㆍ한지 만들기 체험, 향초 만들기, 나무곤충 만들기, 철쭉 요정 지점토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민속예술단 공연, 창작뮤지컬, 음악회 등 공연도 마련돼 있다. ▦태백산철쭉제(5월 20일 전후 예상)=봄의 끝자락에 봄꽃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태백산철쭉제는 태백산 등반대회를 비롯해 철쭉 가요제, 민속예술단 공연 등 볼거리, 장승 만들기, 솟대 만들기, 떡메치기 등도 상춘객을 기다리고 있다. 예년보다 꽃소식이 빨리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는 매년 5월 말에서 6월 초에 개최되던 태백산철쭉제도 열흘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태백산 등산코스 가운데 석탄박물관과 단군성전 등이 있는 당골 코스는 철쭉제의 주무대로 철쭉제 기간에 가장 인기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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