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심판대 오른 '건설담합 근절'

지금부터 3년 전 이맘때 건설업계는 대국민 자정선언을 한 적이 있다. 국내 내로라는 28개 대형 건설업체들이 입찰담합을 일삼다 적발된 것이 계기다. 공정위에 내야 할 과징금 105억원도 큰 부담이지만 그 보다는 입찰참가자격을 제한 받게 돼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할 절박한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는 과거의 잘못을 거울삼아 앞으로는 불공정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자정 선언형식으로 국민 앞에 썼다. 지난 99년 6월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모두들 어깨 띠를 두르고 자정결의를 잇따라 선언했고 건설단체는 경쟁력 제고에 노력하겠다는 선언문을 냈다. 출범 1년을 막 넘긴 국민의 정부는 건설업계의 자정노력이 가상했던지 입찰제재라는 극약처방을 내리지 않고 99년까지의 모든 불공정행위를 불문에 부치는 대사면 조치를 내렸다. 사면은 법대로 처벌하다간 건설업체 신인도 하락에 따라 해외건설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국내 SOC건설도 차질을 빚는다는 현실론이 감안됐음은 물론이다. 건설업계의 담합근절 선언은 효과를 낳는 듯 했다. 99년 공공공사 평균 낙찰률은 2년 전의 87%에 비해 무려 20%포인트이상 낮은 75%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고질병은 오래지 않아 다시 도졌다. 최저가입찰제 확대시행으로 예정가격 50%도 밑도는 공사가 속출하면서 담합의 마약에 손을 댄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서울지하철 9호선 담합입찰은 지난 2001년 5월 이뤄진 것으로 자정선언을 한 지 2년도 채 안된 시점이다. 시정명령을 받은 현대산업개발과 두산건설은 '자신만 희생양을 삼느냐'고 억울해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9호선 5개 공구 입찰에 참여한 다른 10여개 건설회사 역시 담합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입찰제도가 담합을 부추긴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그러나 건설공사 담합은 국가 예산을 도둑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변명은 합리화될 수 없다. 정부의 담합근절의지는 이제부터 심판대에 올랐다. 정부가 앞으로 어떤 후속 제재조치를 취할 지 두고 볼 일이다. 벌써부터 업계의 행정소송으로 질질 끌다 입찰제한조치가 유야무야 되거나 그나마 입찰이 없는 겨울철에 제재하는 솜방이만 휘두를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하는 말이다. 권구찬<경제부>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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