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망국수입병」 세정 칼날 세워야(외제차 봇물 문제있다:12·끝)

◎중산층 구매확산… 정부 통상마찰 우려 “뒷짐”/외국도 불분명한 자금은 엄격히 출처조사국내 굴지의 재벌그룹 3세인 정모씨. 1억1천5백만원인 포르쉐 카레라911을 몰고 다니다 결혼하면서 아내에게 1억6백70만원짜리 벤츠 S­320 을 선물했다. 신혼여행을 갈때 공항까지 벤츠를 타고가 귀국할 때는 포르쉐를 몰았다. A그룹 모회장은 『회장단은 「체면상」 외제차를 타야한다』며 그룹회장들에게 1억원 짜리 외제차 4대를 지급했다. 인기탤런트인 김모양과 폭력계의 대부로 불리던 C모씨는 BMW를 타는 외제차광이다. 외제차를 주로 누가 구입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러나 이런 구입양상은 최근들어 크게 달라졌다. 더이상 재벌2세나 그룹회장단, 폭력배 두목에 국한되지 않는다. 수입규제장벽이 무너지고, 과소비바람에 외제차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줄어들면서 나타난 양상이다. 본지가 입수한 한 수입차업체의 구입자 분포를 보자. 지난 7월 이 업체가 판매한 30여대중 절반가량이 평균 5천만원의 차를 현금일시불로 구입했다. 직업은 조경업체, 건축업, 유흥업자, 골프선수, 중소하청업체 대표 등. 30대초반의 새파란 젊은 이가 3명이나 된다.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의 신사보다는 캐주얼차림의 뜨네기들이 대부분. 정상적인 소득을 갖고 있지않은 사람들이다. 정부는 『외제차업체들의 불공정행위는 엄단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통상압력을 의식, 구체적인 액션은 취하지 않은채 방관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외제차업계는 비상사태를 맞고있다. 판매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식수입업체들의 경우 지난 6, 7월 두달연속 월 1천대 이상 판매했으나 8, 9월에는 9백대, 10월에는 8백70여대로 급감했고 이달에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는 경기불황과 과소비에 대한 여론악화, 「막가파파동」, 국산차의 경쟁력향상 등을 들고 있으나 결정타는 세무조사여부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외제차를 구입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사람들이다. 국내업계와 소비자단체, 대학교수 등 많은 사람들은 외제차 구입자들도 자금출처에 관한한 조사의 예외지대가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이름을 밝히면 곧바로 외국정부와 업체들로부터 항의서한을 받는다』며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업체 사장은 얼마전 해외과소비자를 처벌했듯이 소득원이 불분명한 사람이 비싼 외제차를 구입하는 것은 당연히 세무조사대상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실명제실시이후 현금계수기가 필요할 정도로 현금거래가 많고, 구입자 연령도 낮아지는 등 외제차업계에 정체불명의 뭉칫돈이 대거유통되는 상황에서 이에대한 조사는 통상압력의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외국의 경우 불분명한 자금에 대한 조사는 우리보다 훨씬 엄격하다. 외제차를 구입해서가 아니라 수천만원의 현금을 일시에 쓸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세무차원의 조사는 조세형평주의나 만성적 과소비병을 치료하는 차원에서 보다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박원배·정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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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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