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은자의 칼

제6보(101~118)

[韓中日 바둑영웅전] 은자의 칼 제6보(101~118) 프로기사는 낙관파와 비관파로 나뉜다. 낙관파의 대표라면 유창혁이고 비관파의 대표라면 이창호가 될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낙관파가 공격적이라는 사실이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낙관파가 수비적이고 비관파가 공격적이라야 마땅하다. 적어도 일반 사회에서는 그것이 상식으로 통한다. 그러나 프로기사의 세계에서는 정반대로 낙관파가 공격을 일삼는 것이다. 그 까닭은 바둑에 있어서 공격은 일단 신나는 방식이지만 프로들끼리의 대결에서 공격이 제대로 먹힐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데 기인한다. 경솔히 칼을 빼어들었다가 불의의 역습을 당해 상처를 입고 만다면 애초에 은인자중한 것보다 결과가 참담해질 뿐임을 신중파들은 잘 알고 있다. 신중파들은 대개 비관파에 속하며 프로기사들은 대개 신중하고 따라서 비관파의 수효가 낙관파보다 훨씬 많다. 프로들은 허망하게 무너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며 현명한 프로일수록 칼을 뽑기 전에 살피고 계산하고 점검한다. 그리고 뽑기 전에는 그 칼을 철저히 숨긴다. 최철한은 이 바둑에서 단검 하나를 진작부터 숨겨놓고 있었다. 적진에 갇혀 숨을 죽이고 엎드려 있게 했다. 때가 무르익으면 그것을 움직이려고 별렀다. 때가 유익하게 작용하지 않으면 그것을 그냥 절명시킬 예정이었다. 그런데 때가 교묘하게 성숙해 주었다. 최철한은 숨겨 두었던 은자(隱者)를 불러냈다. 은자의 칼. 그것은 실전보의 백18이었다. 숨어있던 적의 은자가 몸을 일으키자 원성진의 심중에는 파문이 일었다. 그놈을 전혀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4-10-1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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