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과연 ‘원자재 대란’과의 힘겨운 싸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다지 밝지 못하다.
지난 해에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최고 배럴당 56달러까지 뛰고, 두바이유도 41달러까지 치솟는 등 2차 오일 쇼크 이후 고유가상황이 빚어졌다. 올해의 경우 유가는 지난 해보다 다소 하락하겠지만 고유가상황은 여전히 이어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진단이다.
물론 중국 정부의 경제연착륙정책과 세계경제의 성장둔화로 올해 석유소비증가율은 지난해보다는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 석유수요가 올해보다 1.7%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공급부문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라크 정정불안으로 대표되는 ‘안보 프리미엄’이 유가를 옥죄일 전망이고 석유공급시설에 대한 투자부진으로 산유국들의 공급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시장을 통제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유가관리의지가 강력한 점도 유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OPEC은 올 1ㆍ4분기 이후 수요 감소로 원유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우려하며 현재 가격수준(OPEC 바스켓 기준 30~35달러)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나름대로 구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올해 유가가 1ㆍ4분기를 정점으로 다소 하락할 수 있지만 예전처럼 20달러대나 30달러 초반으로까지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은 올해 WTI 평균가격전망을 배럴당 39.22달러로 내놓았고, 블룸버그통신의 전문가 설문에서는 39달러로 예상됐다. 한국의 수입하는 유종인 두바이가격은 배럴당 평균 33~35달러선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철강재 등 각종 원자재도 중국의 수요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지만 전반적인 공급부족 현상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인도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서호주 철광석 업계는 올해 연간 계약가격이 지난 해보다 2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연탄가격도 크게 올라 호주 브라질 등의 광산업체들은 올해 유연탄가격을 70~80%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유럽 최대 철강업체인 아셀로의 가이 돌레 회장은 “달러화 약세와 수급불균형으로 내년도 철강 원료용 유연탄가격이 톤당 100달러를 넘어 지난해(60달러)보다 최고 80%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만성적인 재고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구리가격의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고, 납과 알루미늄 등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자재 시장의 최대 변수인 중국이 내년에 추가적인 금리인상이나 위안화 평가절상 등 경기 연착륙을 위한 방안을 내놓을 경우 원자재 시장의 과열국면이 진정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