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노사평화의 싹' 움튼다] <3> 냉혹한 시장을 다시 보라

美 '車빅3' 추락은 "강성노조의 자업자득"<br>지불능력 넘어선 노조요구가 위기로 내몰아<br>파업 잦은 현대차, 中서 한때 10위권 밖 '수모'<br>대우조선은 노조가 먼저 변하자 '수주 대박'



['노사평화의 싹' 움튼다] 냉혹한 시장을 다시 보라 美 '車빅3' 추락은 "강성노조의 자업자득"지불능력 넘어선 노조요구가 위기로 내몰아파업 잦은 현대차, 中서 한때 10위권 밖 '수모'대우조선은 노조가 먼저 변하자 '수주 대박' 관련기사 • 소득 3만弗시대의 열쇠 • 비싼 수업료는 '이제 그만" • 냉혹한 시장을 다시 보라 • 도요타·BMW 성공비결은 이세종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은 몇 년 전 경영진과 함께 해외에서 열린 수주 계약식에 참석했다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외국 선주가 이 위원장을 만나 “대우조선의 뛰어난 기술력은 높이 사지만 강성노조 탓에 계약을 주저했다”고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이 위원장에게는 새로운 버릇이 하나 생겼다. 3년째 외국 선주들에게 선박을 제때 받을 수 있도록 노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정성껏 쓰기 시작했다. 이 같은 노조의 변화에 대해 시장에서는 곧바로 ‘수주 대박’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대우조선은 지난 2001년 일찌감치 워크아웃을 졸업한 데 이어 올 들어 유럽 등지로부터 고부가가치 선박을 대거 수주하는 등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의 부인 조미숙씨는 처음으로 선박 명명식의 스폰서로 나서는 행운을 누렸다. 통상 선주의 부인이 맡기 마련이지만 독일 콘티사에서 노사 분규 없이 배를 제때 잘 만들어줘 고맙다며 이례적으로 초청한 것이다. 하나같이 노사 화합이 가져다 준 시장의 따뜻한 반응들이다. 우리 기업들을 둘러싼 국내외 시장환경은 급속히 바뀌고 있다. 경영환경도 새롭게 재편되고 있으며 기업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인식도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노사 모두 하루빨리 극한 대립이라는 단선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공동운명체로 뛰어야 한다”면서 “시장의 흐름에 순응하고 때론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힘을 모으는 슬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을 춤추게 만들어라=중국의 최대 자동차업체인 치루이자동차는 5월 창사 10년 만에 처음으로 안후이성의 생산라인을 외국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 등과 당당히 맞설 만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자신감을 반영한 셈이다. 왕진산(王金山) 안후이성 성장은 “일본에는 도요타가, 한국에는 현대차가 있듯이 치루이를 중국의 대표 브랜드로 키우는 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실제 치루이는 올 들어 쟁쟁한 수입차를 제치고 판매실적 1위에 등극한 반면 현대차는 한때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자동차시장은 요즘 대격동에 휩싸이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후발국은 막강한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저가시장을 급속히 파고들고 있으며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은 탄탄한 브랜드 파워와 품질력으로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국산차 입장에서는 내수시장도 결코 만만치 않다. 수입차는 한미 FTA 시대를 맞아 본격적으로 가격을 낮추며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노조의 잇따른 파업 강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하늘을 치솟고 있다. 현대차 영업사원인 김모(38)씨는 “연초에도 노조 파업으로 예약이 잇따라 취소되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았다”며 “이번에도 파업을 벌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고객들이 술렁거리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현대차 노조가 또다시 명분 없는 파업을 벌인다면 시장의 외면이라는 냉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노사 모두 원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품질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전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룡의 몰락에서 배운다=지난달 중순 미국 자동차업계에 핵폭탄급 뉴스가 전해졌다.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사모펀드인 서버러스캐피털에 크라이슬러를 매각하기로 전격 결정했다는 소식이었다. 특히 매각금액은 98년 크라이슬러를 인수할 때 지불했던 가격의 5분의1 수준인 74억1,000만달러에 불과했다. 미국의 자존심을 구긴 자동차 빅3의 추락에는 고비용 구조와 제품 경쟁력 약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생산적인 노사관계와 조직문제가 얽혀 있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노사합의로 결정된 연기금, 의료비, 노무비, 인센티브 비용 등이 고정비로 작용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지불능력을 넘어서는 노조의 요구가 회사를 위기로 몰아간 주요 요인이며 위기에서 탈출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서버러스는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면서 회사가 당초 발표한 1만3,000명의 구조조정 외에는 추가로 인력을 줄이지 않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긴 힘들 전망이다. 시장의 거센 역풍을 맞은 노조도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6월 론 게텔핑거 UAW 위원장은 소속 노조원 4분의1에 해당하는 3만5,000여명의 인력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안을 전격 수용했다. 그는 “미국 자동차산업이 존속하려면 노조가 구태의연한 모습을 버리고 공생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변신을 선언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악인 12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포드도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오는 2012년까지 7개의 공장을 폐쇄하고 올해 북미에서만 1만4,000명의 인력을 감원하기로 했다. 강철구 자동차협회 이사는 “일본 및 유럽 자동차가 밀려들어오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상황에서 판매와 수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요구로 회사를 궁지로 내몰았던 강경노조가 결국 혹독한 구조조정을 몰고 왔다”고 분석했다. 빅3의 몰락을 지켜보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현재의 대립적 노사관계가 그대로 지속된다면 국내 자동차업계의 생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낙오자의 굴욕과 냉혹한 생존경쟁을 바라보면서 기업의 생존을 위해 노사관계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CEO 40% "비정규직법 신규고용 위축" 국내 기업들은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오히려 신규 고용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다음달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응답)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41.3%)은 "노동유연성이 떨어져 고용이 축소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CEO의 35.3%는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정규직화 요구에 따른 노사갈등 확대를 염려하는 비율도 27.3%에 이르고 있다.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 완화(20.7%)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18.7%)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CEO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입력시간 : 2007/06/2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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