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6월 27일] 불능화 가시화 단계 들어선 북핵 문제

북한이 26일 핵신고서를 제출한 데 이어 27일 영변 냉각탑 폭파 쇼를 하고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에 착수하면 지난해 ’10ㆍ3합의’ 후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 프로세스가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단계인 북한 핵 불능화 신고가 마무리되고 3단계인 ‘핵폐기’로 돌입함을 뜻한다. 이로써 북미관계도 쇠고기 문제로 찬바람이 불고 있는 한미관계와 달리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이 제출한 신고서는 검증을 위한 기초자료에 불과하다. 검증도 하기 전에 북미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량을 신고한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검증을 해봐야 한다. 신고서 제출도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핵이전, 핵무기 등 민감한 문제를 뒤로 미룬 상태에서 이뤄진 성과라 북한 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건너야 할 강이 너무 많다. 어디까지나 문제 해결의 핵심은 북한의 진실성이다.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으로 북한의 핵포기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열릴 6자회담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 진행돼야 한다. 콘크리트 껍데기에 불과한 영변 냉각탑 폭파 쇼가 북한의 핵포기 의사로 비쳐져서는 곤란하다. 검증과정마다 북한의 진실성과 협력태도를 평가하고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도 이와 발맞춰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타깝게도 북한 핵을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이처럼 숨가쁘게 돌아가는데 한국은 ‘쇠고기’에 발이 묶여 있다. 쇠고기 수입 지연에 불만을 품은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한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고했다. 베이징올림픽 때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날 수도 있다는 전망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물론 북미관계가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로 정상화에 이르기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지금처럼 한미관계가 질척거리면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에 대한 환상을 키워줄 우려가 있다. 하루빨리 쇠고기 문제에서 벗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 지지부진한 양국의 각종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북한 핵신고서 검증과정에서 제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도 한미관계 복원은 시급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