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문화경영/“우리 혼 담아 세계공략” 열풍(저성장시대 신경영)

◎“한국적 제품이 진정한 일류” 인식 확산/해외 현지 이해 통한 공생도 적극 모색대우자동차는 중형차인 「레간자」의 디자인컨셉을 「한국의 선」에 맞추었다. 대우 디자인포럼은 영국, 미국, 이탈리아 등지의 디자인 전문업체에 대한 공개경쟁에서 이탈리아 이탈디자인을 택했다. 『이탈디자인 관계자들에게 가급적 「우리 것」을 많이 보여주고, 한국의 선을 찾도록 했습니다. 버선, 남대문, 태극무늬, 부채, 용마루선, 처마, 한복의 소매선 등이지요』(이우종 이사·레간자개발 담당). 레간자 뒷쪽 도어라인의 한쪽 끝이 위로 휘어진 모양새와 인스트루먼트 판넬의 태극형은 이런 노력의 결과다. 레간자 디자인은 『달리는 듯 멈추고, 멈추는 듯 이어지는 독특한 스타일로 한국의 미를 재현했고, 세계시장에서 한국적인 차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비지니스 앤드 컬쳐」(BUSINESS AND CULTURE). 경영과 문화의 결합, 즉 「문화경영」이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게 아니라 문화(혼)를 넣어야 진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새로운 경향이다. 대우의 레간자는 미국수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차. 김태구 회장은 『우리는 한국의 미, 한국의 정신을 살릴 때 진정한 일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며 레간자 스타일에 자신감을 보였다. 현대그룹문화실은 경쟁사에 열세로 평가되는 기업이미지의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조사를 했다. 그리고 찾아낸 것이 문화. 한 임원은 『좋은 제품을 값싸게 만들고, 서비스를 충실히 하는 것이 고객만족의 전부는 아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그 예로 라이벌인 삼성의 문화경영을 들었다. 『최근 몇년간 삼성은 미국에서 애틀랜타 올림픽문화행사 후원, 한국박물관 건립 및 6·25참전용사 후원기금지원, 삼성문화재단을 통한 도자기·회화전시회 개최 등을 통해 「문화기업」이란 이미지를 심으면서 과거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문화경영의 필요성과 그것이 갖는 경쟁력을 설명했다. 재계에서 최근 문화경영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는 경영환경의 급속한 변화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2세 체제의 본격화, 시장개방과 치열한 경쟁, 기업조직의 변화 등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전의 공유가 필요하며, 그 토대가 바로 문화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 삼성, 현대, LG, 대우, 선경 등 큰 기업들은 물론 한솔, 미원, 아남, 거평, 신호 등 중견그룹들이 한결같이 「새로운 기업문화의 창조」를 핵심과제로 선정, 추진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화의 추진도 문화경영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해외경영은 그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상생과 공생」은 필수적이다. 현지투자를 통해 단순히 이익을 챙기는 다국적기업이 아니라 함께 발전해서 궁극적으로 공생을 모색하는 「세계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우가 대규모 투자를 실시하고 있는 폴란드에서 국내기업 최초로 현지 프로축구단(레기아팀)을 인수하고, 1천5백만달러를 출연해 과학문화재단을 설립, 폴란드의 우수한 인재의 양성에 나선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회사 석진철 사장은 『외국 기업이 한나라에서 정착을 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비지니스와 연계한 문화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 종교에 대한 투자를 복지차원에서 다루고, 관리자를 현지 채용인들로 채우려는 노력도 현지문화에 대한 이해가 경영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데 따른 것이다.<박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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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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