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IT코리아 '세계로, 세계로' 1. 한국 스마트폰 유럽과 '소통' <br>매장입구엔 국산휴대폰 광고판… 노키아등과 어깨 나란히<br>스마트폰시장 진입 단계지만 신제품 앞세워 공략 강화
| 런던 시민들이 삼성전자의 최신 풀터치폰인 '픽손12(PIXON12)' 광고가 붙어 있는 토트넘 코트로드의 휴대폰 전문매장 '폰즈포유(Phones 4U)' 앞을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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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코인들이 프라하 루지네공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복합매장 메트로폴의 휴대폰 매장에서 LG전자 휴대폰들을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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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히드로국제공항에서 지하철로 약 50분 거리에 있는 런던의 토트넘 코트로드역. 사람들로 가득 찬 역을 빠져나와 지상으로 올라오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휴대폰ㆍTVㆍMP3ㆍ카메라 등을 파는 매장이 거리 양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우리나라의 용산전자상가와 꼭 닮은꼴의 런던 전자상점 밀집지역이다. 세계 최첨단 휴대폰의 경연장인 이곳에서 한국산 스마트폰의 인기는 상당했다. 매장 직원들은 "한국 스마트폰은 디자인이 좋고 사용하기도 굉장히 편리하다"며 "이 때문에 한국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나도 한국 스마트폰 써요"=런던 전자상점 밀집지역을 둘러보는 와중에 유럽의 대표적 휴대폰 전문유통매장 중 하나인 '폰즈포유(Phones 4U)'가 눈에 들어왔다. 매장에 들어가봤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지난 6월 삼성전자가 1,200만화소 카메라폰으로는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는 '픽손12(Pixon12)'의 대형 광고판이 눈에 띄었다.
매장 지배인으로 보이는 듯한 직원에게 서툰 영어로 말을 걸어봤다. "이 매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휴대폰이 뭔가요." 그는 광고판을 가리키며 "바로 저것(픽손12)"이라고 말했다. 속으로 '당연히 당신들이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휴대폰이니 그렇지'라고 생각하고 다시 물었다. "그럼 당신은 어떤 휴대폰을 사용하죠." 그러자 이번에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하나 꺼내 보여줬다.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스마트폰 '옴니아'였다. 그는 "디자인도 좋지만 이용할 때 불편함을 모르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며 직접 시연해보이기도 했다. 한국의 스마트폰도 유럽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폰즈포유를 나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자 이번에는 '카폰웨어하우스(Carphone warehouse)' 매장이 나타났다. 이 매장은 폰즈포유와 달리 '아이폰3GS'를 밀고 있는 매장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몰리는 매대에는 삼성전자나 LG전자 제품이 있었다. 한 직원에게 신분을 밝히고 무슨 휴대폰을 쓰냐고 물었다. 당연히 노키아나 아이폰을 꺼낼 줄 알았는데 그가 보여준 것은 의외로 LG전자의 메시징폰인 '에트나(Etna)'였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그냥 한국 휴대폰이 좋은 것 같더라"라고만 말했다. 최근 LG전자 휴대폰이 유럽에서 뜨고 있다는 말이 실감났다.
◇아직은 진입단계… 신제품으로 승부 건다=이처럼 유럽에서 우리나라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매장에서 국산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통매장뿐만 아니라 이동통신회사가 운영하는 대리점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내에서는 해외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공략을 본격화했다는데 왜 내 눈에는 보이지 않을까.' 이유가 궁금했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런던 외곽 힐스우드에 위치한 삼성전자 구주총괄본부를 찾았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관계자의 설명은 간단했다.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유럽에서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최근 아이폰이 나오면서부터"라며 "우리도 이제 시장에 진입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 휴대폰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율이 올해 20%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옴니아2 등을 내놓고 안드로이드폰도 4ㆍ4분기 내에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이르면 오는 9월 안에 영국에서 노키아의 심비안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모바일을 기본 운영체계(OS)로 하는 '앱스토어'를 정식 론칭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구주총괄에서 약 30분 거리에 있는 LG전자 영국법인에서도 이와 비슷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영국 휴대폰 판매 및 마케팅담당 임원인 존 바튼은 "아이폰ㆍ구글폰 출시로 비즈니스맨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스마트폰이 이제는 소비자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바뀌고 있다"며 "스마트폰 주력 OS로 윈도 모바일을 채택, 2012년까지 총 50종 이상의 스마트폰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부터 연구소ㆍ상품기획 인원을 대폭 늘려 모바일인터넷디바이스(MID), 스마트폰, 미니노트북 등 모바일 컨버전스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연구개발 역량을 크게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 영국법인은 이를 위해 연내 에트나2ㆍ에트나3 등 스마트폰을 잇따라 선보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동유럽 '점유율은 낮지만 가능성은 크다'=국산 휴대폰은 동유럽에서도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체코의 관문인 프라하 루지네공항에서 불과 버스로 불과 15분 거리에 있는 복합매장 메트로폴(Metropoll)을 찾았다. 널찍한 매장을 지나 안으로 쭉 들어가자 우리나라로 치면 전자양판점과 비슷한 매장이 나타났다. 우리나라 현지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프라하에서는 가장 큰 전자양판점이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우선 휴대폰을 파는 곳에 앉아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5분 정도 지나자 한 부부가 딸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들이 가장 먼저 간 곳은 삼성전자 휴대폰 코너. 이들은 진열돼 있는 터치폰들을 만지작거리더니 그중 하나를 들고 계산대로 갔다.
체코에서 우리나라 휴대폰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합쳐 대략 20%를 조금 웃도는 수준. 그럼에도 실제 소비자들은 매장에 들어서면 우리나라 휴대폰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여기서도 우리나라 스마트폰은 구경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삼성전자 체코판매법인의 한 관계자는 "동유럽에서 스마트폰 비중은 전체의 8% 정도밖에 안 되지만 멀티미디어 기능에 대한 욕구는 높은 편"이라며 "앞으로 옴니아2 등으로 공략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