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식품업계, 국내시장 공략 가속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외국 식품업체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길, 나비스코, 유니레버, 애보트, 하우스 등 세계적인 식품사들은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쓰러진 국내 식품업체 인수를 위해 새해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먼저 미국의 곡물메이저사인 카길은 경영난으로 지난 98년부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상태인 국내 식용유시장 2위 업체 신동방에 대한 인수작업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길은 신동방 매각 주관사로 선정된 미국의 체이스맨해튼 은행을 통해 실시중인 자산실사작업 결과를 토대로 인수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세계사업장을 통해 연간 5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자랑하는 영국의 유니레버사도 신동방 인수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롯데제과 및 동양제과와 함께 제과업계를 주도해온 해태제과에 대한 외국업체들의 눈독도 만만찮다.
현재 법정관리중인 해태제과 인수에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외국업체는 다국적기업인 나비스코와 세계 최대의 식품사인 네슬레.
나비스코와 네슬레는 제과업계 1위업체인 롯데제과가 해태제과를 인수할 경우 독과점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 때문에 인수작업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을 계기로 지난해 말부터 채권단 측과 물밑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합병 못잖게 외국식품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판매대행 등 전략제휴. 세계 최대의 껌 생산사인 미국의 위글리는 이미 작년 말 한국 내 판매대행사로 크라운제과를 선정하고 자사제품에 대한 인지도 확보와 시장안착을 위해 활발한 판촉활동을 전개중이다.
또 세계 최대의 초콜릿업체인 미국의 허쉬도 해태제과와 제휴관계를 청산, 매일유업과 손을 잡고 '키세스초콜릿'과 드링크류 등 자사제품을 판매중이다.
이와 함께 일본 굴지의 카레생산업체인 하우스도 농심을 통해 한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인수합병이나 판매대행 방식 못지 않게 관심을 끄는 것은 독자진출로 미국분유시장에서 선두주자인 애보트사의 경우 작년 말 현지법인인 한국애보트사를 설립,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 바꾸기에 열 올리고 있다.
또 미국 고급아이스크림생산사인 하겐다스도 현지 법인인 한국하겐다스를 통해 한국시장 공략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에 걸쳐 거미줄 같은 생산ㆍ유통망을 갖춘 메이저 식품사들의 한국진출이 경기침체 현상이 다시 대두된 작년 하반기부터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막강한 자본력과 노하우를 가진 글로벌 업체들의 진출에 따라 토착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상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