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증시 비관론자가 그립다

스티브 마빈 도이치증권 전무는 이달 초 한국 증시에 대해 이례적인 낙관론을 내놓았다. ‘탈출’이라는 보고서에서 그는 “외국인의 매수가 증시에 불을 붙여 코스피지수를 새로운 고점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98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증시에 대해 끝없는 독설을 퍼부어왔다. 이번 낙관론을 펼치기 불과 2주일 전만 해도 “한국 증시는 맹인이 벼랑 끝으로 맹인을 이끄는 형국”이라고 쓴소리를 했고 지난해 9월에는 “한국 증시를 지탱하는 힘은 유동성뿐이며 한국 기업들은 제2차 구조조정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원한 비관론자로 비쳐지던 그가 마침내 자신의 지론을 수정했다. 올초 증시 조정이 시작된 이후 대신증권은 줄기차게 주가 하락을 예상해왔다. 지수는 2ㆍ4분기에서 3ㆍ4분기 사이에 1,200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던 대신증권이 최근 증시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며 그동안의 입장을 바꿨다. “투자심리 개선, 해외 증시 강세, 국내외 수급 개선 등을 감안할 때 지수의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게 이유다. 요즘 증시는 지난해의 급등이 무색할 정도로 거세게 오르고 있다. 이에 맞춰 증권사들마다 낙관론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수 1,500 돌파 전망이 나온 지 얼마되지 않아 이제는 1,600 돌파를 예견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대세에 동참하지 않으면 자칫 바보가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적어도 제도권 증권가에서는 어디에도 비관론을 펼치는 곳이 없다. 그러면 증시는 오로지 오를 일만 남아 있는 걸까. 내일의 증시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낙관론의 근거가 타당한 것처럼 과거 비관론에 내세우던 근거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유가가 치솟고 환율이 떨어져도 증시는 이를 무시하고 올라가고 있지만 어느 순간 증시를 옥죄는 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다. 환율 하락으로 이미 기업 실적이 나빠지고 있듯 유가가 물가에 충격을 주지 않는 상태가 지속될 수는 없다. 무슨 일이든 한쪽으로만 몰리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지수 역시 오를 수만은 없다. 무수한 상승과 하락 속에 바닥을 다지면서 꾸준히 저점을 높여가는 게 바람직하다. 증시가 오르면 오를수록 사라져버린 비관론자가 그리워지는 것도 이런 연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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