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27일] 연예계 노예계약에 철퇴를

얼마 전 한 연예 기획사에서 일하는 선배가 “요즘 애들은 왜 그러냐” “아예 누드를 찍어서 프로필로 들고 오는 학생도 있다. 무조건 시켜 달라는데 그런 애들 보면 정말 기가 차다”고 했다. 순간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온에어’에서 극 중 오승아(김하늘)가 고등학생 시절 연예인이 되기 위해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벗으라면 벗을게요. 시켜만 주세요”라고 한 대목이 떠오르며 ‘이런 일이 실제로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팬텀엔터테인먼트ㆍSM엔터테인먼트 등 10개 대형 연예 기획사에 불공정조항을 찾아내 삭제하거나 고치도록 요구했다. 이른바 ‘노예계약’이라고까지 일컬어지던 연예 기획사와 연예인 간의 불공정 계약의 내용이 드러난 것이다. 불공정 내용은 대개 이렇다. “을이 출국할 경우에는 사전에 갑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IHQ) “본 계약기간 중 을이 전조의 국내외 연예활동과 관련된 일체의 권리 및 결과물에 대한 모든 권리는 본 계약기간 및 계약기간 만료 이후에도 갑에게 귀속되며 을은 갑에게 동 권리에 관한 일체의 주장 내지 권리행사를 할 수 없다.”(SM엔터테인먼트) “을은 계약에 의해 갑에게 주어진 권리를 갑이 실행ㆍ사용ㆍ처분하도록 부여한 어떠한 내용도 취소할 수 없다.”(올리브나인) “신변상 이유 등으로 계약기간 중 계약을 해지할 경우 동업종 및 유사 연예활동에 관련한 모든 활동을 중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 후라도 갑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엠넷미디어) 계약 내용을 보면 신인 연예인들은 알려진 대로 거의 노예와 다를 게 없었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뒤로는 소속사에 공식 연예활동은 물론 사생활 대부분을 통제 받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불공정 계약들은 기획사 전반에 걸쳐 만연돼 있었다. 이번 조사로 대형 기획사들의 불공정조항들이 수정되기는 했지만 중소형 기획사들까지 뒤따를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예계가 이런 지경인데도 스타가 되고 싶은 젊은이들이 날로 늘어나는 실정이다. 때문에 불공정 계약의 극치를 보인 연예기획사의 노예계약에 이제 당국이 철퇴를 가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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