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수필] 금강산의 금니

금강산 초입의 재법 높은 지대에 주차장이 있다. 버스를 타고 온 관광객들은 여기서 하차하여 도보로 금강산에 오른다.이 주차장에 북한측 사람이 한사람 나와있다. 금니가 매우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한가운데 윗니 세개가 금니였는데 통채로 된 금니가 아니라 보통 이의 세 모서리를 금으로 테를 두른 그런 금니였다. 옛날엔 흔하게 볼수 있었던 금니였지만 요즘엔 잘 볼수 없는 금니이다. 이 사람이 입을 벌려 웃으면 마치 금니가 웃는것과 같았다. 이 주차장은 금강산 길에서 마지막으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이다. 재떨이가 설치된 곳에 골초들이 모여든다. 금니의 그 북한 사람이 골초 관광객 앞으로 다가선다. 내미는 담배를 그는 주저없이 받아든다. 「집이 어디요?」라고 묻자 「평양에서 왔어요」라고 대답했다. 「가족도 다?」라고 묻자 「혼자서」라고 대답하고 고생이 많겠다는 위로의 말엔 한달에 한번꼴로 평양집에 다녀온다고 말했다. 잠시 말이 끊긴다. 말은 그가 이었다. 「여러분 덕택에 금강산을 싫것 보지요. 고생은 무슨 고생입니까」 관광객들은 할 말이 없다. 그가 또 말을 잇는다. 「금강산이 참 좋지요? 꽃 피는 봄 단풍지는 가을엔 더 아름답지요」 묻지도 않은 말도 한다. 「여러분이 이 좋은 금강산을 구경할 수 있는 것도 다 위대한 수령님 덕분이지요」 금강산을 보고 죽으면 한이 없다는 속담이 있지 않느냐고 자문하고는 금강산은 민족의 영산이며 세계의 명산이라고 자답한다. 「이 금강산을 보지 못해 남쪽 동포가 하도 속 상해 하기때문에 우리 수령님께서 같은 민족을 사랑하는 큰 마음으로 허락한 것이지요」라고 말했다. 금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돈 받고, 그것도 비싸게 받고 보여주면서 뭘...」그러나 이 말은 관광객들이 가슴에 묻은 말이었다. 장전항 주변의 진지에선 탱크들이 보란듯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관광선 곁에는 별로 크지않은 북한측 경비선이 붙는다. 그 북한측 사람의 직책이 무엇인지 모른다. 일부러 평양에서 파견되었으니 그리 낮은 지위의 사람은 아닐 것이다.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유난히 금니가 인상에 남는 사람이다. /鄭泰成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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