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세계 문화'가 국경을 허문다

시간·공간 압축 운송·통신 인프라 급속 발전<br>스포츠·예술등 다양한 분야서 '공감대' 확산


■ 문명의 혼성 (프랭크 레흐너·존 보일 지음, 부글 펴냄) 홍콩에서 맥도날드 햄버거로 아침을 먹고 오후엔 파리에서 열리는 이세이 미야케 패션쇼를 보고 뉴욕발 비행기에 몸을 싣는 일상은 이제 바쁜 직장인의 빠듯한 스케줄일 뿐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세계화의 물결이 지구를 휘몰아치면서 지역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국적에 상관없이 공통된 표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포츠. 1896년 아테네에서 열린 근대올림픽이 오늘날 세계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하면서 스포츠는 세계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문화로 탄생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하나의 경기규칙으로 스포츠를 관람하는 것처럼 국경을 넘어 지식을 포괄하는 하이브리드 사회가 바로 오늘날 세계의 주류문화다. 가까운 미래에 이슬람권과 유교권이 서구 기독교권에 대항하는 문화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언한 새무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에 반기를 든 책이 나왔다. 사회학자인 저자들은 문화로 인해 인류간 분리와 갈등이 벌어진다는 헌팅턴의 주장에 반대하며, 지금 전 지구적으로 하나의 세계문화가 피어나고 있다고 단언했다. 또 각 나라는 낙오자가 되지않기 위해 세계문화에 끊임없이 접속하고 그 문화의 실체를 이해하기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한다. 한 지역을 넘어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주류로 부상하면 세계문화가 되고 이것은 빠른 속도로 팽창하게 된다. 그러나 각 지역의 특성을 말살한 일방적인 서구화가 아니라, 그 나라의 특성을 수용하는 것이 세계문화의 특징이다. 같은 맥도날드 햄버거라도 뉴욕과 서울 매장의 메뉴와 경영방식이 다른 것이 세계문화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문화의 시작은 1793년 9월 영국 외교관 조지 매카트니경이 중국에 사절단을 파견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화적 교류를 통해 동서간의 대규모 교역이 성사됐고, 양국간에는 공통된 문화가 새롭게 탄생했다. 이를 계기로 동과 서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세계문화는 체계화되고 제도화하면서 발전해 왔다. 본격적인 세계문화 구축은 인류 공통의 문제를 고민하는 UN의 활동이 활발해진 20세기 후반부터다. 저자들은 유엔정상회의 외에도 미술전시회ㆍ음악회 등 정치ㆍ경제ㆍ예술ㆍ종교 등 각계에서 일어나는 축제를 세계문화가 구축되는 최고의 이벤트로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06년 미국 LA에서 시작된 기독교 오순절주의가 여의도 순복음 교회에서 꽃을 피우고 이제는 스웨덴에까지 퍼져있는 사실을 꼽았다. 세계문화 형성이 가능했던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1900년대 약 100만명이었던 전화가입자가 2000년에는 17억명을 넘었고, 1865년 2,000만통에 달하던 전보는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거의 자취를 감췄다. 시간과 공간을 압축하는 운송ㆍ통신 인프라 구축은 세계를 하나로 아우르고 재화ㆍ사람ㆍ정보의 이동을 더 싸고 빠르게 만들었다. 저자들은 "국가와 인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21세기에 세계문화는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현실"이라며 "그러나 무턱대고 열광할 것이 아니라 세계 문화에 내재된 다양성과 복합성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맺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