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10월 22일] 교육과 국책사업의 공통점

우리나라의 교육현실과 국책사업에는 닮은 점이 있다. 둘 다 중간평가나 사후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35년이나 된 평준화정책을 놓고 아직도 논란이 많지만 사실 해법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극단적인 처방으로 말하면 과거처럼 고교입시를 부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정도 정착단계에 있는 고교평준화 정책을 인정한다면 한때 시도했다가 폐기해버린 졸업정원제를 다시 추진하는 길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대학이 얼마나 엄격하게 졸업정원제를 운용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중간·사후 평가 제대로 안돼 학력인구가 줄어 국공립대학의 통폐합이 진행되는 마당에 정원 외 입학이 허용되면 일부 대학의 존립이 어려워진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성적인 사교육비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할 정도라면 입시부담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도 졸업정원제는 환영받을 만하다. 교원평가제가 학부형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대학운영과 교수에 대한 평가가 엄격하게 이뤄지고 올바른 학사관리로 이어진다면 굳이 졸업정원제를 못할 이유가 없다. 수많은 국책사업도 중간평가나 사후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참여정부의 수도이전 계획이나 노태우 정부의 새만금개발 사업 등은 분명히 정치성 공약이었고 그 대가는 다음 정권에서 국력낭비와 국론분열로 나타났다. 새만금 방조제의 경우 사업계획이 변경되지 않았다면 18년이 지난 지금도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밖에도 민자사업 방식과 국고가 투입된 고속도로나 철도사업 등에서 적지 않은 혈세가 낭비된 점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뒤늦게 지난 2006년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를 없애 밑 빠진 독처럼 막대한 재정지원을 받는 엉터리 민자사업이 설 자리를 막았으나 아직도 적자를 메워주는 재정지원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어디 수요예측에 실패한 것이 민자사업뿐인가. 국고가 투입된 고속도로는 빗나간 교통수요 예측으로 '유령도로'가 적지 않고 최근에는 12개 철도사업이 감사원으로부터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사업을 축소하라는 지적까지 받았다. 이 모든 사업들이 조금이라도 혈세를 덜 낭비하려면 제대로 된 평가 시스템이 작동돼야 함은 물론이다. 모든 국책사업에는 경제적인 비용편익 분석이 뒤따르는 만큼 예산을 집행하기 전에 올바른 예비조사가 이뤄진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이 짙은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대부분 선거공약이어서 이해집단의 반발 때문에 사업포기가 쉽지 않고 일단 시작되면 지출도 늘어나는 게 통례이다. 천정부지로 늘어나는 나랏빚을 줄이기 위해서도 이들 사업에 대한 제동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감사원 감사는 물론이고 국회 예결위의 결산심의가 예산심의 못지않게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경제효과와 환경영향 평가 및 전략적 평가 등으로 구분해 중간평가를 정례화한 일본이 2000년 대규모 간척사업을 포함한 대형 공공사업 233건을 중단한 것은 우리도 눈 여겨볼 대목이다. 혈세낭비 방지 시스템 구축을 현재 우리에게는 겨우 3,000명씩 이전시켜 새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혁신도시 사업을 비롯해 세종시가 아니더라도 효과가 의문스러운 국책사업들이 상당수 진행되고 있다. 규모가 자꾸 늘어나는 4대강살리기 사업도 물론 빠질 수 없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사업들도 버거운데 현 정부도 각종 대규모 사업을 벌이고 있어 계산서를 맞추기가 힘겹다"는 어느 공무원의 말을 흘려 들어서는 안 된다. 교육이든 국책사업이든 올바른 평가시스템이 있어야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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