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볼렌바흐 회장은 경쟁회사 사주에게 대담한 제의를 했다. 술집의 싸움을 기대해보라야심만만한 스티븐 볼렌바흐 힐튼호텔사 회장은 자신의 말을 그대로 지킨다. 볼렌바흐는 지난해 여름 타임과의 회견에서 힐튼이 보유하는 호텔수를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그는 13만개이상의 객실을 인수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이 객실은 ITT사 소유로 랜드 아라스콕이 운영하고있는 세라톤호텔의 깃발아래 영업하고있는 것이다. 아라스콕은 자신의 대표적 기업인 이 호텔의 경영개혁에 별로 열의가 없었다. 힐튼이 1주당 55달러 총 65억달러에 시저스 월드 카지노체인과 매디슨 스퀘어가든을 거느리고있는 ITT를 인수하겠다는 제의가 월가에서 반기는 흥미로운 일종의 난투극이 되고있는 배경은 이런 까닭이다.
볼렌바흐(54)는 미 재계에서 가장 영리한 인사중 한명으로 월트 디즈니사를 거쳐 지난해 힐튼에 합류한 베테랑 호텔경영인이다. 월트 디즈니에서 그는 1백90억달러규모의 캐피털 시티 및 ABC방송 인수를 도왔다. 아라스콕(65)의 경력도 화려하다. 미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국가안전기구(NSA)에 근무하기도 했던 그는 기업사냥꾼 방어에 완벽한 기록을 갖고있다.
볼렌바흐가 지난해 디즈니의 경영진갈등 때문에 힐튼으로 도망했을때 그는 널리 알려졌지만 평범한 회사를 지향하는 새로운 전략을 곧바로 개발했다. 숙박업에서 그는 미국내외에서 풀서비스 호텔이란 힐튼의 전통적인 존재방식을 강화하길 원했다. 그는 합병이 빈번한 호텔업계에서 힐튼이 인수자가 되는 도박을 했다.인수자금조달을 위해 그는 저금리와 힐튼의 탄탄한 재무구조를 이용했다.
ITT는 볼렌바흐의 계획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그는 『세라톤은 다른 기업에 없는 것 즉 수많은 대형호텔이 있다』고 말한다. 타이밍도 좋았다. 지난 94년말까지 지속된 호텔업계 전반의 불황으로 호화호텔 가격 특히 뉴욕, 시카고 등 주요도시들의 호텔 가격은 신설하기보다는 인수하는 비용이 훨씬 싸다. 동시에 호텔업계의 이익도 지난해 28% 증가했다.
힐튼과 ITT 합병할 경우 라스베가스에서 터키, 우루과이에 이르는 6백50개이상의 호텔과 30개 카지노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의 호텔게임회사가 태어날 것이다.(연결수익은 85억달러이며 ITT가 이중 77%를 차지한다) 회계컨설팅회사 쿠퍼스 앤드 라이브랜드의 서비스업 담당 회장인 비욘 한슨은 『이는 호텔 게임산업에서 금세기 최대의 합병임이 틀림없다』고 말한다.
만일 볼렌바흐가 성공한다면 이 말은 맞다. 아라스콕은 공개적으론 침묵을 지키며 제의를 맞으면서 속으론 방어팀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그는 1979년이래 ITT를 운영하면서 큰 싸움에 대비해온듯 하다. 호텔경영 컨설팅회사 로징 언리미티드의 모리스 라스키 대표이사는 『세라톤이 인수당하기보다는 힐튼을 인수할 것이다』고 말한다. 라스키는 힐튼과 ITT를 『경쟁하는 두 거인』으로 비유했다. 이같은 싸움전망으로 ITT의 주가는 힐튼의 인수제의 발표일에 14.75달러에서 58.50달러로 급등했다.(ITT주가는 지난 30일 57.25달러였으며 힐튼의 주가는 지난주 2.75달러가 오른 28.50달러로 끝났다.) 한슨은 『주주들에게 최대의 호재는 당분간 멋지고 우호적인 방법으로 인수거래가 이루어지지않는 것이다』고 말한다.
당분간은 웃으며 악수를 할 위험은 거의 없는 것같다. 전문가들은 ITT가 선택할 수 있는 방어책에는 미라지호텔 카지노회사 등과 같은 주요 계열사를 인수함으로써 힐튼이 매수하기엔 너무 큰 규모로 몸을 불리는 것도 포함된다. 혹은 우호적인 백기사에게 팔아넘겨 볼렌바흐를 좌절시킬려고 할 수 있다. 거론되고있는 후보중 하나는 호텔 보험 담배산업 등을 거느린 2백억달러 규모의 재벌기업인 로유스그룹이다.
볼렌바흐의 제안은 분명히 상대방을 불편하게 했다. 아라스콕은 ITT 주가를 올리는 것이 그의 첫번째 임무라고 말해왔다. 그의 전임자 해롤드 지닌이 끌어모은 거대하고 다루기 힘들며 때때로 괴팍한 복합기업을 해체한 후 아라스콕는 90년대 기업동향에 맞춰 ITT의 비주력부문을 분리매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1995년 ITT를 적절히 3등분했다. 하트포드 생명보험사와 일단의 제조업군을 분리하고 ITT를 숙박업과 카지노업에만 전력케 했다. ITT는 한때 제과업, 자동차 전세업, 레이다 제조업, 생명보험업에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지난 6월 68달러까지 치솟았던 ITT의 주가가 지난해말 40달러대 중반까지 폭락하면서 아라스콕이 계속해서 경영하는 숙박업에 대한 ITT의 전략은 실패했다. 3분기 순익이 예상보다 저조했던 것도 주가폭락을 부추겼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ITT가 아직 다루기 힘든 복합기업이며 각종 사업들이 순익을 내곤 있지만 자본이 잠식당하고 있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전화회사였던 ITT는 아직까지 전화번호부 제작업도 소유하고 있다.
발레리 마찬트/뉴욕
캐시 부스/로스앤젤레스<존 그린월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