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12월 9일] 결단의 시기다

“전략의 실패는 전술의 성공으로 보상될 수 없다.” 기업의 최고 책임자인 최고경영자(CEO)의 결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한 도요타 에이지 전 도요타자동차 사장의 말이다. CEO가 전략적 판단을 그르칠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도 이 실수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는 CEO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기업의 흥망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CEO판단이 기업 흥망 좌우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글로벌 경제침체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미 침체단계에 들어갔고 전쟁을 방불하게 하는 공포심에 휩싸였다. 바닥을 논(論)한다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기업들은 살기 위한 버티기 작전을 세우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년에 위기상황이 얼마나 더 심각해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이라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게 들린 적도 없을 정도다. 위기일수록 CEO의 결단이 빛을 발한다. CEO는 기업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에 대한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책임을 진다. 때문에 현재의 고통을 극복해야 할 뿐 아니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무섭게 추락하는 산업의 현실을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 미국의 자동차산업이다. 제너럴모터스(GM)ㆍ포드ㆍ크라이슬러 등 소위 ‘빅3’는 파산직전의 위기에 처해 하릴없이 정부에 손을 내밀고 있다. 빅3 몰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CEO들의 경영실패도 큰 원인이다. 과거의 악습을 단절하지 못하고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무책임한 경영의 결과다. 미 상원에서 구제금융 법안의 처리를 담당하고 있는 크리스 도드 금융위원장이 릭 왜고너 GM CEO는 물러나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우리도 10년 전 외환위기 때 CEO들의 과욕과 경영실패로 무너져간 무수한 기업들을 이미 경험했다. 대우를 비롯한 해태ㆍ진로ㆍ한보 등 많은 그룹들이 쓰라린 경험을 겪었다. 다시 찾아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내 기업 CEO들의 결단이 잇따르고 있다. 박용성 두산 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그룹의 주축이었던 오비맥주를 과감히 매각하고 한국중공업ㆍ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해 그룹의 면모를 일신(日新)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과감히 주류사업을 접는 결단을 내렸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도 그렇게 갈망해왔던 쌍용건설을 포기했다. 230억원의 입찰보증금을 날린 고뇌에 찬 결단이었다. 반대로 김승연 한화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이 모든 선택이 미래에 어떠한 결실을 맺어 돌아올지 아직은 미지수다. 하지만 그들의 결단은 지금의 상황과 미래를 생각하고 내린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앞으로도 많은 CEO들은 선택과 포기라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CEO는 외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아무도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진정한 지도력은 대승적인 결단과 과감한 추진력에서 나온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이 대공황을 탈출한 것은 정책을 적시에 수립하고 적시에 집행하는 타이밍을 중시하는 행동주의 철학에서 나왔다.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앞으로 기업들은 일련의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 이미 주력 산업은 감산에 들어갔고 감원 또한 불가피하다. 어떤 형태로든 한국인들의 월급이 줄고 직장을 잃고 방황하는 가장들이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다. CEO들은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기업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첫 걸음은 CEO들의 빠르고 정확한 결단력이다. 물리학에 ‘콴툼 리프(Quantum Leap)’라는 용어가 있다. 경제에서는 단기간에 비약적인 실적이 호전되는 의미로 사용된다. 현재의 위기는 기업들이 과거의 가치나 패러다임을 부정하고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콴툼 리프의 기회다. CEO의 빠르고 정확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chkang@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