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비정규직發 '고용대란' 오나

"경기침체, 해고쉬운 임시·일용직에 직격탄" <br>내년 7월 법시행 확대 앞두고 대량실직 우려<br>'20만 일자리 창출' 정부 목표에 짙은 먹구름


정부는 16일 발표된 ‘6월 고용동향’은 경기 둔화, 제도 요인, 일시 요인이라는 ‘3중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30만명에서 20만명대, 10만명대로 1년 사이 신규 취업자 수가 빠르게 줄어든 고용상황 악화는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일자리 창출이 15만개를 밑돈 지난달의 상황은 화물연대 파업 등 일시적인 요인이 적잖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에 3%대의 경기 둔화가 예고된 가운데 비정규직보호법 확대시행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돼 ‘20만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의 목표 달성에는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비정규직발(發) ‘고용대란’ 올까=고용시장이 얼어붙은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경기 둔화다. 일자리 창출이 유독 부진했던 산업도 건설업과 서비스업 등 내수업종이다. 특히 건설업은 투자 부진과 주택경기 부진으로 지난해 3ㆍ4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신규 취업자 수가 감소, 6월에는 6만1,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내수 침체의 직격타를 입는 서비스ㆍ건설업종에서 임시ㆍ일용직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서비스업과 건설업에서 임시ㆍ일용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6.2%와 48.1%로 제조업(30.7%)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경기 둔화는 곧바로 서비스ㆍ건설업의 일자리, 그 중에서도 해고가 쉬운 임시ㆍ일용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 지난달 임시ㆍ일용직 근로자 신규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비 16만1,0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비정규직의 일자리는 ‘정규직 전환’이라는 선의(善意)로 만들어진 고용제도에 의해 더욱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7월부터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의무화한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된 후 임시ㆍ일용직 등 비정규직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재정부 분석에 따르면 올 7월부터 비정규직보호법 적용 대상이 기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100~299인 사업장으로 확대됨에 따라 이들 사업장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이 때문에 내년 7월 100인 미만 사업장으로의 법 확대시행을 앞두고 경기 둔화를 힘들어 하는 중소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하는 고용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3월 현재 전체 비정규직은 564만명, 이 가운데 100인 미만 사업장의 비정규직은 490만명으로 전체의 87%를 차지한다. ◇6월 고용악화 일시적 요인(?)=재정부는 지난달의 고용 악화가 경기 둔화와 제도적 요인 외에 6월의 일시적 요인에 의한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6월은 신규 취업자 수가 연중 최고치인 31만5,000명에 달한 시점이다. 때문에 기저효과에 의한 지난달의 신규 취업 감소 효과가 3만명선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또 고용통계 조사기간인 지난달 15~21일은 화물연대 파업이 진행되던 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운송ㆍ하역 등의 일용직을 중심으로 일시적인 취업자 감소 효과가 있었다고 재정부는 보고 있다. 임종룡 경제정책국장은 “일자리 감소 추세가 바뀔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6월의 상황은 일시적인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이라며 “일시적인 감소 요인이 4만명가량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시적 요인만 없었다면 적어도 18만명대는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임 국장은 정부가 하반기에 제시한 20만 신규 일자리 창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망을 바꿀 만한 단계는 아니다”라며 “좀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마이너스 효과를 강조하기에 고용시장의 침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6월 고용시장 악화는 당연한 결과이고 일시적 요인에 의한 특별 케이스라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정부의 경기여건 개선 노력과 함께 비정규직 고용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비정규직보호법 확대시행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일자리 대책 어떤 것 있나=이 같은 상황 때문에 정부는 하반기 고용시장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발표한 경제안정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강화대책을 오는 9월에 내놓을 예정이며 청년인턴 지원제도 신설,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위한 고용센터 운영, 고령자에 대한 임금피크제 확산 등 취약계층의 고용촉진대책도 추진 중이다. 또 중소기업의 ‘1사1인’ 추가채용운동이나 대기업의 채용 증원 등 민간 캠페인 지원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비정규직 감소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비정규직보호법에 대해서도 보완ㆍ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임종룡 국장은 “내년 100인 미만 사업장으로의 확대시행 방침에는 변화가 없지만 노동부와 함께 법 보완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내외 요인으로 경기가 곤두박질치는 와중에 이 같은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유병규 상무는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3%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되고 미래 경기가 극도로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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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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