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과 북중 접경지역은 장성택의 숙청에 따른 기류 변화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적막이 감돌았다. 베이징 르탄공원 북쪽에 위치한 북한대사관은 평소와 다름없이 중국 무장경찰 한명이 경비를 서고 있을 뿐 '특이동향'은 감지되지 않았다. 장성택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도 신변 변화 없이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예정된 왕이 중국 외교장관의 신년 리셉션에도 지 대사가 참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장성택의 처형설과 장성택 측근의 중국 망명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도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보도대로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가 장성택의 측근을 보호하고 있고 이 측근의 신변 인도를 위해 한·미·중이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면 앞으로 장성택 숙청 후폭풍이 중국에 불어닥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북한전문가들은 장성택의 숙청이 북한의 정책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친중파인 장성택이 황금평·위화도, 나선특구 등 북중 간 경제협력을 총괄해온 만큼 경협은 물론 북중 관계 외교에도 적지 않은 파문이 일 것으로 분석했다. 장렌구이 중앙당교 교수는 "장성택의 실각으로 북한의 대외 경제협력이 정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권력 강화를 위해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더욱 힘을 쏟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스인홍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도 군부를 중심으로 권력 강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스 교수는 장성택의 숙청이 분위기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북중 관계와 북미 관계의 근본 틀까지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 교수는 "지난 5월 이후 북중 관계가 비교적 개선됐고 남북관계에도 여러 가능성이 열린데다 북한이 비핵화를 강조하는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대외정책에 급격한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정치체제의 불안정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문제 전문가인 홍콩의 량궈량은 현재의 북한 상태가 내부혼란 수준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불안정한 상황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대만중앙통신(CNA)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도자로 등극한 후 권력 기반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위층 내부에서 권력투쟁이 진행되고 있고 군부도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김 제1위원장이 이런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 내 전문가들은 군부 강경파를 중심으로 한 김정은 체제 굳히기로 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김 제1위원장은 자신이 (북한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어 한다"며 "그의 고모부인 장 부위원장을 해임하고 권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성택의 숙청 소식에 일본 정부는 앞으로 전개될 북한 권력구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납북자 회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차분하게 북한의 동향을 주시하며 정보를 수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북한의 권력구조 변화 가능성 등에 대한 전망을 묻자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일부 일본 언론은 북한 당국의 발표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장 부위원장의 사치스러운 사생활이 적지 않은 논란이 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장 부위원장이 마약 밀수를 진두지휘했다는 정보가 있었던 점으로 미뤄 이것이 이번 당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