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칼날 로비수사로 이동…정·관계 후폭풍 클듯<br>임직원 사법처리는 최소화 "향후 재벌수사에 영향 클듯"
지난 1개월간 숨가쁘게 진행돼온 검찰의 현대ㆍ기아차그룹 비자금 수사가 정몽구 회장 구속, 아들인 정의선 사장 불구속 수사로 일단락됐다.
이제 검찰의 칼날은 비자금 사용처, 즉 로비 수사로 이동할 전망이어서 정ㆍ관계에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이 주 책임자=정 회장 구속이라는 강수를 선택한 검찰이 내세운 ‘구속 불가피’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불법적인 방법으로 기업에 손해를 입힌 주된 책임자를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는 게 필요하고 피해액 등을 고려할 때 사안이 매우 중하다는 점을 꼽았다. 검찰이 밝힌 정 회장의 혐의는 1,000억여원의 횡령과 3,000억원대의 배임. 횡령은 비자금을 조성해 불법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고 배임은 글로비스에 대한 물량 몰아주기 등으로 계열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증거인멸 우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정 회장을 불구속 수사할 때 임직원들의 진술 번복 등 증거인멸의 우려 또한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거액을 횡령ㆍ배임한데다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아 구속을 피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검찰은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를 들었다.
경제에 일시적인 충격이 있더라도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인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더 이상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부분에서 심사숙고했다. 경제여건이 급속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대기업 총수의 구속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원진 사법처리는 최소화 전망=검찰이 정 회장을 주된 책임자로 지목, 구속한 만큼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 등 임원진의 신병처리 수위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한 관계자도 “임원 등에 대한 사법처리 범위와 수위는 정 회장 유고로 기업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최대한 신중히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혀 사법처리 대상자가 많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있더라도 한 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관심 대상인 정 사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계속한 뒤 기소 여부는 오는 5월 중순께 정 회장 기소 때 함께 결정하겠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불기소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 사장이 기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 사장은 경영권 편법승계의 최대 수혜자로 거론돼 불구속 기소를 피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향후 대기업 수사에 큰 영향 미칠 듯=각계의 ‘선처’ 탄원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총수 구속이라는 강경 카드를 꺼낸 만큼 향후 재벌 수사와 재판에 엄정한 사법적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채 기획관은 “현대차와 같은 기업비리에 대해 검찰은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의 ‘법과 원칙’은 존중하지만 그것이 일관성을 가질 때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로펌의 한 변호사는 “기업과 사안에 따라 검찰의 법과 원칙이 흔들렸던 사례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 ‘본때 보이기’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