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소비부진 장기화를 시사하는 분석을 내놓아 주목을 끌고 있다.
한은은 1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과도한 가계채무와 신용불량자 문제가 민간소비 회복의 장기적인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가계부채와 신불자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민간소비가 살아날 것이라는 박승 한은 총재의 전망과 달리 소비회복이 더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보고서는 “가계의 금융부채는 올 상반기 중 연율로 4.7% 증가, 지난 2002년 이전에 비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지만 금융기관의 대손상각분을 포함할 경우 가계가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부채 수준이나 증가세는 훨씬 높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우리나라 가계는 실물자산 비중이 높고 금융자산 축적도가 낮아 부동산 가격 하락, 고용사정 악화 등과 같은 외부 충격 발생시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을 더욱 악화시키는 취약한 구조인 것으로 지적됐다.
신용불량자 수가 최근 다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소비위축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들이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7월 기준 15.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신용불량자가 있는 가계는 돈을 벌어 빚 갚는 데 치중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배드뱅크ㆍ개인회생제와 같은 개인신용회복 지원 프로그램으로 ‘신불자’ 딱지를 뗀다고 해도 채무상환 또는 변제 기간이 5~8년에 이르기 때문에 이들이 상당기간 동안 소비여력을 늘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청년층과 중년층 등 여러 연령 층에서 단기간에 급격히 증가해 현재의 소비뿐 아니라 미래의 소비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민규 한은 안정분석팀 과장은 “생애소득가설에 따르면 젊은 층은 소득보다 지출이 많아 부채로 소비를 하고 중년층 이상은 저축으로 소비를 하게 되는데 최근 우리나라는 중년층 이상에서도 빚을 얻어 집을 사는 등 부채가 소득보다 많다”며 “이 때문에 향후 일정 시점까지 소비를 크게 늘리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는 등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소득계층별 가계를 살펴보면 저소득층 가계의 적자규모가 확대되거나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되는 등 가계수지가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 이른 시일 내에 소비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한편 가계뿐 아니라 기업들 중에서도 하위 중소기업의 수익구조는 더 악화됐다는 내용도 나왔다. 경상손실업체 중 대기업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올해 상반기에 -5.5%에 그쳐 전년동기의 -20.6%에 비해 수익구조가 호전됐지만 중소기업은 지난해 -16.5%에서 올해 -20.4%로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