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정덕구 이사장 "경제위기는 정부·정치 실패때 온다"

'외환위기 징비록' 출간·우리경제 미래 진단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인터뷰] 정덕구 니어(NEARㆍNorth East Asia Research)재단 이사장 ‘2007년 이후 우리는 사회자본화이 초기 무기력증과 신한국병 증세를 치유하고 외환위기의 끝자락을 정리하기 위하여 또 한 번의 잔인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있다. 10년마다의 잔인한 선택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징비록’ 서문에서) 제2의 외환위기, 9월 경제위기설 등 국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는 이 때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풀어낸 신간 ‘외환위기 징비록-역사는 반복하는가’가 서점가에서 주목 받고 있다. 저자는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제17대 국회의원(열린우리당)을 지낸 정덕구(60ㆍ사진) 니어(NEARㆍNorth East Asia Research)재단 이사장.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던 지난 1997년 11월 재정경제원 2차관보에 올라 외채 협상을 이끌었다. 28일 여의도 니어재단 사무실에서 정 이사장을 만나 새 책과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징비록(懲毖錄)은 서애 유성룡의 책 이름이죠. 출간 배경을 짐작케 하는 제목입니다. ▦징비록은 임진왜란 때 상황을 기록한 책으로 ‘징비’란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때 정부 협상단에서 중책을 맡아보고 느낀 점을 객관적 입장에서 책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 끝에 7년 만인 지난달 출간하게 됐습니다. -최근 경제위기설과 맞물리다 보니 출간 시기가 절묘하네요. 또 책의 부제인 ‘역사는 반복되는가’도 눈에 띕니다. ▦이 책은 7년간 세 번에 걸쳐 다시 썼습니다. 이미 지난해 12월 모든 원고작업을 마쳤지만 대선과 총선 등 정치적 일정을 피하다 보니 지난달 초 빛을 보게 됐습니다. 출간 50일 만에 4,000권 이상 팔렸다고 하더군요.(개인적으로 서점에서 책을 사본 독자가 2,000명가량 된다고 하니 사회과학 분야 신간 중에서는 베스트셀러인 셈이다.) -최근 경제위기설이 나돌고 있는데 외환위기를 직접 눈앞에서 겪은 분으로서 현 상황을 진단하신다면. ▦지금은 위기가 아닙니다. 시장이나 민간 부문의 실패만으로 위기가 오지는 않습니다. 위기의 선언은 정부나 정치의 실패가 왔을 때입니다. 시장기능이 약화되면 위험요소가 커질 뿐이며 정부가 건강하게 버텨주면 위기는 오지 않습니다. 정부가 적절하게 대처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고 신호체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한 위기는 관리가 가능한 범위 안에 있을 것입니다. -이사장께서는 한국의 경제위기를 ‘잠복해 있는 비활성 바이러스’라고 밝히면서 현재 국내 경제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셨는데요. ▦외환위기 이후 ‘신한국병’이 생겨났다고 봅니다. 먼저 경제의 역동성이 크게 떨어져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 신규 창업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중산층이 감소하고 새로운 빈곤층이 늘어나면서 양극화가 심각해졌습니다. 국가의 권위가 흔들리면서 의사결정이나 문제해결 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다 세계 경제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미국과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도 심각한 위협요소입니다. 이러한 여러 악재들이 결합할 경우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신한국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처방전이 나와야 할까요. ▦현재로서는 관료들의 모럴(도덕성)과 집중력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징비록에 보면 외환위기 때 관료들이 얼마나 몸을 던졌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관료들은 그때보다 모럴이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과연 이러한 관료들이 어떻게 일신해 집중력을 갖고 시장과 민간의 실패에 대응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정치권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정치인은 국익과 표 사이에서 항상 방황하는 속성을 갖고 있죠. 정치의 실패가 경제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으며 정치가 포퓰리즘(populism)을 향하면 쉽게 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관료가 살아 있고 정치가 살아 있는 나라에는 (경제) 위기가 올 수 없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고 싶습니다. ▦당장 오는 8월1일 미국 버클리대 콘퍼런스에 참석할 예정이며 가을학기에는 2~3개월가량 중국에 머물면서 중국 상하이 북단대와 칭화대에서 잇달아 강의하게 됐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의식 있는 학자와 논자들이 올바른 주제로 연구에 정진하고 국가사회의 장래에 대해 자유롭게 고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뒷받침하고 싶습니다. (이는 바로 니어재단의 역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동북아 경제의 신질서와 관련해 깊이 있는 연구와 저술활동을 하고 싶군요. 65세까지는 이슈를 공유하는 교수들과 동고동락하고 싶습니다. -관료조직으로 돌아갈 생각은 있으신지요. ▦(정 이사장이 고려대 상대 출신인데다 소망교회에 다닌다고 들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부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거듭 묻자) 메가폰이 주어진다면 피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피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고요. 하지만 메가폰을 잡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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