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뒤틀린 성적 욕망에 대한 진지한 탐색

극단 이루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굳이 정신분석이론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이 욕망으로 추동되는 존재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 욕망가운데서도 성적 욕망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깊숙이 숨기고 있는 금지된 영역이다. 이처럼 갇혀있는 성적 욕망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욕망의 실체를 탐구하는 진지한 연극 한편이 막을 올렸다. 극단 이루의 두 번째 창작극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가 16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첫 선을 보여 내달 2일까지 이어진다. 타인의 왜곡된 성적욕망 때문에 큰 상처를 안고 성장한 두 남녀가 욕망의 굴레를 끊지 못하고 서로에게 집착과 광기, 폭력을 행사하며 파멸해가는 과정을 집요하고 충격적으로 풀어내 관객 스스로의 욕망에 대해 성찰케하는 작품. 어린 시절 친부와 교사, 또래 남학생에게 성적 착취를 당하며 돌이킬 수 없이 큰 상처를 입은 여주인공 남수는 사랑하는 남자 기훈을 만나 가정을 꾸린다. 남편 기훈은 겉으로는 건실한 청년이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의 간통을 목격한 뒤 버림받은남모를 아픔을 갖고 있다. 남수는 자신의 상처를 위로받길 원하며 남편에게 과거의 아픔을 털어놓지만 이것이 기훈에게 내재돼 있던 질투에 불을 댕기며 두 사람은 극단적인 파멸로 치닫는다. 욕망의 뒤틀린 윤회가 자신의 딸에게까지 얽힐 것을 두려워하며 남수는 급기야 딸의 목을 조르게 된다. 전작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에서는 절박한 삶에서도 꺾일 수 없는 희망을 이야기했던 연출 손기호는 이번에는 극단으로 밀어붙인 욕망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작정하고 흔들어 놓는다. 동아 연극상 신인상을 수상한 기대주 염혜란이 남수로 분했고, 조주현이 강렬한눈빛의 남자 주인공 기훈을 연기한다. 주인공들의 지나온 삶을 되짚는 동시에 심리를 대변하는 삼신과 장골, 꽃밭의 정령들은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와 같은 역할로 보는 재미를 더하고, 객석을 가로지르는 실험적인 무대 장치도 관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평일 7시30분, 토 3시ㆍ7시, 일 3시. 1만5천-2만원. ☎02-762-9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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