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삼성·LG전자도 꼼짝 못하는 것

한영일 기자 <정보산업부>

지난 5일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일본의 도시바는 업계의 주목을 받아온 노트북 신제품 하나를 출시했다. 이 업체들은 속도와 그래픽 환경을 한층 향상시킨 인텔의 새로운 무선노트북 센트리노 칩셋(일명 소노마)을 장착한 신제품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장에 내놓았다. 이 제품은 당초 이달 중 전세계 공동으로 출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텔측이 무선환경이 발달한 우리나라와 일본을 ‘배려’해 먼저 선보일 수 있도록 ‘허락’해준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이번 노트북 출시의 경우 국내 두 업체가 여느 때와 달리 이렇다 할 예고도 없이 슬그머니 제품을 시장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신제품 출시 때마다 거창한 행사나 공식적인 출시 자료를 배포하며 부산한 모습을 떨던 평상시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이유는 인텔측이 우리나라에 제품을 먼저 내놓는 대신 해외 여러 나라의 눈치를 의식해 공식적인 출시는 말아 달라는 ‘압력’에 가까운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PC의 핵심 부품인 중앙처리장치(CPU)와 운영체제(OS)를 인텔과 MS(마이크로소프트)측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PC산업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현재 인텔은 CPU시장의 80% 이상을, MS도 OS의 대부분을 장악하며 절대권력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PC 판매 규모는 310만여대로 소폭 성장에 그쳤다. 특히 현재 데스크톱PC는 비싼 칩셋과 OS로 인해 저가 제품의 경우 수익이 거의 남지 않거나 오히려 손해보는 장사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연간 매출 1조원을 훌쩍 넘기는 국내 한 PC업체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고작 수십억원에 불과한 다소 충격적인 사실이 이를 잘 반증해준다. 국내 PC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PC 판매가의 30%는 인텔 칩셋이나 MS의 OS가 차지할 만큼 두 업체의 영향력은 막강하다”며 “이번 노트북의 ‘남몰래 출시’도 이 같은 상황에서 ‘갑’의 요청을 뿌리칠 수 없었던 탓”이라고 토로했다. 핵심기술과 소프트웨어(SW)의 독립은 이래서 정말 중요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