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단독주택 시대/박승 중앙대 교수(송현칼럼)

20년 전만 하더라도 아파트에 살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땅을 밟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주거문화는 농경시대에 있었던 것이다.그 뒤 산업화와 도시화가 촉진되면서 사람들은 단독주택을 버리고 아파트로 몰려드는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유층일수록 아파트를 선호하고 단독주택에는 주로 서민층들이 남아 사는, 선진국과는 반대 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주거문화 바뀔때 그런데 우리 경제가 1만달러 소득을 넘어서 성숙단계에 들어섬에 따라 우리의 주거문화도 바뀔때가 온 것이다. 근래의 주거문화에 대한 여러가지 조사에서 전원주택과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현상은 그러한 대세의 일면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주거문화는 경제발전 관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가는 산업화단계에서 사람들의 욕구는 생존욕구에서 편리욕구로 이행하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 아파트로의 이동행렬이 생기는 것이다. 단독주택은 냉난방이나 상하수도 그리고 주택관리면에서 불편하고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도난의 위험 등 안전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진국 단계에서 선진국단계로 이행하게 되면 사람의 욕구는 편리욕구에서 삶의 질을 추구하는 향락욕구로 옮겨간다. 이 단계에서 단독주택으로의 회귀가 일어나게 된다. 이때의 단독주택은 모든 시설이 현대화되어 편익추구에 전연 문제가 없게 된다. 그리고 신용결제제도의 발전으로 집안에 현금을 보유하지 않게 되고 국민수준도 높아져서 집을 비워도 안전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탈도시화 경향 한편 주거욕구는 주택에서의 정서생활·생활공간·취미생활·프라이버시 등을 더욱 선호하게 되어 탈도시화 경향을 나타내게 된다. 그리하여 선진국에서는 부유층일수록 단독주택을 선호하며 유럽·뉴질랜드·호주같은 나라에서도 아예 아파트를 찾아 보기 조차 어렵고, 단독주택에는 일정면적의 잔디정원을 의무화하는 나라도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70년대까지의 산업화 과정에서는 아파트로의 대이동이 있었으나 오늘날에는 선진국형으로 회귀하고 있다. 한편 주거선호는 사람의 라이프 사이클과도 상관성이 있다.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단독주택은 값이 비싸고 유지비가 많이 들기때문에 소득과 식구가 적은 청년기에는 아파트를 선호하게 되며, 식구가 많아지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장년기에는 단독주택을 선호한다. 그러다가 기력이 없어지고 사회보장기금에 의존해야 하는 노년기에는 다시 아파트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가 선진단계를 지향하게 되면 도시의 주거공간 배치는 아파트와 단독주택간의 균형을 잘 유지토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파트만 밀집하는 도시는 쾌적한 삶을 제공할 수 없다. 단독주택에 사는 선진국 사람들은 주말에 잔디를 깎고 꽃을 가꾸며 집에 페인트 칠을 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그러므로 단독주택이 많아야 도시는 환경이 좋아지고 여유가 있고 안정이 보장된다. 이와 반대로 아파트가 많을수록 사람들은 주말마다 길거리로 뛰쳐나와 도시의 심각한 휴식공간 부족문제를 유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시의 주거공간은 주로 청년과 노인층을 위한 아파트와 중산층 이상의 장년층을 위한 단독주택이 서로 균형있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잘못된 재개발정책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의 발전단계가 이제 단독주택시대를 다시 열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의 전근대적인 단독주택들이 모두 선진국단계의 쾌적한 단독주택으로 재개발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현재의 재개발정책은 주거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하는 방향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단독주택가에 4∼5층짜리 다세대 주택이나 다가구 주택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고 있는데 이들은 푸른 정원을 확보하기는 커녕 주차장조차 모자라서 온 마을을 줄줄이 슬럼화시키고 있다. 정부는 단독주택 지역을 별도로 지정하고 보호하여 삶의 질을 추구하게 될 향후의 주택수요 변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금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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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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