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7월 선보인 슬라이드업폰은 한대당 50만~60만원에 달하는 고가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매달 7만~8만대 가량 팔리며 올 하반기 최대 히트 휴대폰으로 떠올랐다. 이는 최악의 내수 부진에도 불구 개성을 중시하고 첨단 기능에 열광하는 1020들이 이 제품을 앞 다퉈 사들였기 때문이다.
첨단 신기술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되고 제품 출시 후 6개월만 지나면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 정보기술(IT)업계. 그러나 고가의 IT제품의 주 구매층인 신세대들의 구매패턴은 경기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올들어 경기불황에도 불구 다양한 부가기능을 가진 고가의 첨단 휴대폰을 구매하는 1020의 숫자는 더 늘어났다. 불황일수록 이들 신세대 고객이 `귀하신 몸`인 셈이다.
이동전화업계도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연령대별로 분석해 보면 20대의 통화량이 가장 많다. 특히 주문형비디오(VOD), 주문형음악(MOD) 등 최신 부가서비스일수록 30세 이하 젊은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1020들은 인터넷이나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데도 적극적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있을 경우 온라인 서명운동 등을 통해 회사측에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또 첨단 제품일수록 이들이 인터넷에 올리는 제품 평가가 판매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이들 알짜 고객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휴대전화업계에 따르면 젊은 층의 휴대폰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첨단 부가기능. 이들은 가격을 기준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표현해주는 스타일을 중시한다.
삼성전자는 애니콜 제품을 출시하기 전 인터넷이나 오프라인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인터뷰(FGI)를 반드시 실시한다. 10~20대의 반응을 수집하고 제품의 보완이나 마케팅 전략을 잡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매출에서 10~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이들이 장래 주고객층으로 성장하는 데다 변화의 흐름을 정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측은 제품 광고도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신세대들을 중심으로 첨단 기능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카메라폰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신세대의 취향을 간파, 뒤늦게 뛰어든 내수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팬택계열도 세계 7대 불가사의 원정대, 커플링 이벤트 등을 통해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이동전화 회사는 회사 수익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관리차원에서 1020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아끼지 않고 있다. 10대의 경우 ARPU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지만 요금과 서비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들의 고객만족도를 높일 경우 평생고객으로 붙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8세 이하 고객만 가입할 수 있는 요금상품엔 일반 고객은 상상할 수도 없는 다양한 혜택이 더해진다. 10대들이 선호하는 문자메시지(SMS)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거나 통화연결음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회사도 있다. 여기에다 10대를 겨냥한 각종 멤버십 서비스도 날이 갈수록 새로워지고 있다.
브랜드와 단말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20대 고객은 통화량, 부가서비스 이용량이 월등히 높지만 사업자 변경도 서슴지 않는다. 20대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면 당장의 수익도 올라 갈 뿐 아니라 장기 수익도 올릴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20대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신개념 부가서비스 개발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