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우리의 문화 유산/김승유 하나은행장(기업인 문화칼럼)

일제 때 일본으로 건너간 고대 가야의 금동관 3점이 한 재일교포 소장가가 50여년만에 공개함으로써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금동관은 경주 천마총이나 금령총 금관과 상당히 유사한 형식을 띠고 있으면서도 소재나 형식면에서 지방화된 면모를 갖추고 있는 등 우리 고대사 연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이 유물을 처음 일본으로 가져간 사람은 광적인 수집벽으로 유명한 오쿠라 다케노스케. 고대 일본과 고구려·백제·신라 등 삼국과의 관계에 주목, 우리나라의 고대유물을 통해 일본 고대사를 정리하는데 기여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변이다. 굳이 오쿠라 다케노스케의 말을 빌 필요도 없이 고대 일본에 미친 우리 문화의 영향은 학문·종교·미술·생활 등 너무나 광범위한 부문에 걸쳐 있다. 일본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백제가 변경지역에 설치한 22담로의 상당 부분이 일본을 비롯, 해외에 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우리 문화의 우수성은 물론 해외 경영에 대한 선조들의 뛰어난 업적을 웅변해 주고 있다. 사실 우리 나라에는 세계적으로 좀처럼 그 예를 찾기 힘든 훌륭한 문화유산이 많다.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석굴암의 건축미는 말할 것도 없고 불국사의 다보탑·석가탑, 청운교·백운교에서 우리는 돌을 깎고 다듬고 쌓아가는 기술의 극치를 볼 수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멀리 소백산맥의 연봉들이 굽이쳐 흘러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아하,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는 것이 바로 이런 거로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살다 보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늘 무심히 지나침으로써 참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위대한 문화유산에 대한 우리들의 자세도 그렇다. 세계화, 국제화 추세에 따라 세계를 배우고 외국어를 익히는데 우리 모두가 열심이라는 점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우리 것을 세계에 알리고 그들로 하여금 우리를 배우게 하는데는 부족하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남에게 우리를 알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서 바로 알고 우리 것에 대한 사랑과 긍지와 자존심을 지켜 나가야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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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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