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세금인가 벌금인가

세금의 역사를 돌아보면 시대에 따라 그 종류도 다양하고 터무니없는 경우도 적지 않아 어리둥절해진다. 스페인은 14세기부터 지금의 부가가치세와 유사한 ‘알카발라’라 불린 소비세를 거뒀다. 세율은 대략 10% 정도였는데 모든 단계의 매출에 부과됐기 때문에 물가상승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알카발라가 부과되면서 물건값은 보통 두 배로 높아졌고 생산을 둔화시켜 산업과 무역에 역효과를 가져왔다. 스페인은 1534년 결국 증오의 대상이 된 소비세를 정액세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 특이한 것은 화로와 창문에 세금을 부과한 영국의 경우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화로세는 17세기 영국의 조세수입 가운데 10% 이상을 차지했다. 조사 명목이었지만 징수업자의 무분별한 주거 침입이 문제가 돼 화로세가 폐지된 지 8년 만에 이번에는 창문세가 신설됐다. 창문세는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조사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세입자가 창문을 폐쇄했다가 세리가 가고 나면 다시 여는 수법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이런 편법에 대해 20실링의 벌금을 부과했다. 빛과 공기에 대한 세금이라고 할 수 있는 창문세를 피하기 위해 드디어 침실에 창문이 하나도 없는 집이 건축되자 영국은 여론의 악화를 견디다 못해 1851년 드디어 창문세를 폐지했다. 그러나 대신 주택세가 등장했다. 일종의 임대소득세라 할 수 있는 주택세는 집주인이 아니라 거주자에게 부과됐는데 사무실 등에는 면세됐으며 야간에 주거용으로 사용되면 다시 과세했다. 영국에서는 또 너무 비판적인 언론을 억압하기 위해 신문세를 물렸는데 신문의 페이지에 따라 과세했다. 런던타임스는 절세하기 위해 신문면을 크게 만들기 시작했다. 돈 쓸 곳은 많고 세수는 부족해 정부가 근로소득자의 소수자 추가공제를 폐지할 방침을 내놓자 논란이 일고 있다. 맞벌이 부부와 신혼부부 및 독신 가정 등 무려 475만명이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만큼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20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저출산 고령화대책 재원을 마련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납세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엄청난 사교육비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저출산 풍조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맞벌이 부부의 근로 의욕을 보완해주는 최소한의 형평성을 훼손하는 벌금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조세는 정부의 필요에 따라 거두는 것이 원칙인 만큼 뚜렷한 기준이란 있을 수 없다. 세금의 역사를 돌이켜봐도 세금과 벌금은 그 구분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참여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의 신설과 재산세나 거래세 등의 과표 현실화로 급격하게 세금이 늘어난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근로소득자 가운데 무려 49%가 소득세를 내지 않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근로소득공제 단계를 재조정, 면세점을 낮춤으로써 국민개세의 원칙을 확대해나갈 수도 있다. 또한 과표구간을 새로 설정해 결과적으로 고소득자에게 중과세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율을 조정하지 않는다면 근로소득공제 금액을 줄이든 아니면 과표구간을 개편하든 결국은 서민의 세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세목을 신설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목적세의 경우 지방교부금 등이 나가지 않아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따라서 세목 신설이든, 세율 인상이든, 아니면 공제 축소든 모든 실질적인 증세는 국민적 합의가 성숙돼야 조세 저항이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최소한의 조세 비용 원칙이 중요하더라도 새로운 세원을 발굴하는 것은 등한시하고 손쉬운 곳에서만 세금을 늘린다면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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