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보유사실을 밝히면서 북ㆍ미ㆍ중간 베이징 3자 회담이 25일 사실상 결렬됐지만 북한과 미국이 향후 외교 채널 유지에는 합의함으로써 협상 재개의 길을 열어놨다.
윤영관 외교장관은 이날 저녁 3자 회담을 마치고 방한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와 면담한 뒤 “한미간 공조를 철저히 유지하면서 이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의 주선아래 미국 수석대표인 켈리 차관보와 리근 북한 외무성 미주담당 부국장이 만나 3자간 외교 채널 유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회담 이틀째인 24일, 북한측이 핵무기 보유를 시인한 뒤 미국의 태도에 따라 핵 실험을 하거나 수출 또는 사용을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협상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리근(李根) 북한 수석 대표는 “북한은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 뒤 “미국의 입장은 무엇이냐”고 미국측에게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결렬 직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협박 게임으로 회귀했다“며 북한을 비난했다. 북한과 미국은 24일 체제 보장- 핵 포기라는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하며 입장차만 재확인한데 이어 25일에는 예정된 회담 일정을 취소함으로써 3자 회담은 조기 종결됐다.
한편 3자회담을 마친 제임스 켈리 미 수석 대표는 25일 오후 방한, 윤영관 외교장관을 만나 회담결과를 설명했다. 윤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에 상당히 중요한 침해 행위”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켈리 차관보가) 본국에 돌아가서 논의를 한 뒤 한미 정부간의 긴밀한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켈리 차관보는 이어 26일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과 조찬을 갖고 이번 회담성과 및 향후 북핵 문제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병관기자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