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할인점 가격경쟁의 허실

“할인점들 마다 가격 파괴 행사를 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할인점을 찾지 몇 푼 아껴보려고 다른 곳을 일부러 찾진 않아요”(30대 주부) “솔직히 경쟁 업체와 가격 경쟁을 벌이다가 역마진 현상이 발생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한 할인점 직원) “할인점들이 처음에 약속했던 것과는 달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은근히 납품 가격을 낮춰 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고민입니다”(협력업체 사장) 할인점들이 최근 잇따라 할인행사를 실시하며 최저가격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누구를 위한 할인 행사인가`라는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할인점들이 경쟁적으로 가격 인하를 실시하고 있지만, 사실 할인점을 포함해 고객과 협력업체 모두 그 실효성과 효과에 대해 시큰둥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례로 한 할인점이 자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점을 찾을 때 어떤 점을 보고 찾느냐`고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0% 이상이 `집 근처에 있어 찾아가기 편리한 곳을 선호한다`고 답해 가격 인하 효과가 고객 유치 효과에 그리 크게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할인점들은 과다한 출혈 경쟁으로 인해 내부적으로 수익이 악화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어 기존의 할인행사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할인점들은 현재 경쟁 업체들을 의식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 이외에도 협력업체와 납품업체들의 부담 가중도 가격 할인 행사의 효용성에 의문이 들게 만들고 있다. 결국 과도한 가격인하 경쟁으로 일부 할인점을 제외하고는 이익을 보는 곳이 별로 없는 셈이다. 최근 한 업체가 수천억원 가량의 물량을 투입해 최고 절반 가격에 판매하는 최저가격 기획전에 돌입, 또 다시 가격 인하 경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에 후발 업체들도 마지 못해 따라가는 식으로 뒤늦게 대응 행사를 마련하느라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할인점 가격인하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제살 깎아 먹이식` 고육지책이긴 하지만, 할인점이 고객에게 내보일 수 있는 카드가 가격인하 밖에 없는지는 되새겨볼 일이다. <안길수기자(생활산업부) coola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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