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퇴출은행원 4인 '화려한 재기'

퇴출은행원 4인 '화려한 재기'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로 퇴출당한 은행원들이 다시 뭉쳐 금융계에 재투신한 뒤 신설점포를 최우수 점포로 키워냈다. 화제의 주인공은 삼성투자신탁증권 울산점 배한기(裵韓起ㆍ48ㆍ점장), 김성근(金成根ㆍ39ㆍ차장), 조동호(趙東鎬ㆍ30), 이자옥(李滋玉ㆍ26)씨 등 4명. 이들은 지난 1998년6월 동남은행이 퇴출되면서 함께 거리로 내몰렸다. 당시 裵씨는 울산점장이었고, 趙씨는 그 해 입사해 裵점장밑에서3개월의 실습생활을 마치고 수습딱지를 갓 뗀 새내기였다. 金차장은 부산 해운대지점에서 대리, 경력 5년의 李씨는 부산 고객만족팀 교육강사로 각각 일했었다. 이들은 그 흔했던 퇴직위로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퇴출직전까지 동남은행을 살리기 위해 빚을 내 추가로 매입했던 1인당 2,000만원상당의 우리사주도 갑작스런 퇴출로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그나마 손에 받아 쥔 퇴직금도 은행의 역사가 짧아 몇 푼 되지 않았고 퇴출에 항의하는 집회에 수개월 쫓아다니다보니 금방 바닥났다. 억대의 퇴직금과 위로금을 받아든 일반기업과 공기업의 명퇴자들이 부러웠다. 실직자의 생활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裵점장은 실직후 처음 6개월을 술로 보냈다. 아침 일찍 등산을 ?m 며 응어리를 삭이고 재기를 다짐하지만 꿈을 키우며 신명을 바쳤던 은행이 하루 아침에 문을 닫은 사실이 믿기지 않아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났다. 친구를 만나는 것도 두려웠다. 金차장은 결혼 때 아내에게 선물했던 패물까지 팔았고 미혼이던 趙씨와 李씨는 자격증을 따고 어학연수를 간다며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했다. 이들이 다시 만난 것은 작년말. 경력사원으로 먼저 입사했던 金차장이 동남은행 울산점 근무 당시 모셨던 裵점장을 찾아가 신설 삼성투신 울산점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앞서 金차장은 울산에서 점장을 5년이나 역임하며 「마당발」로 통했던 裵점장이 적임자라 생각하고 회사측을 설득했다. 『다른 투신사로부터 점장을 제의받았으나 금융계에 환멸을 느낀데다 자신이 없어 거절했지요. 金차장의 거듭된 설득에 용기를 가졌습니다.』 裵점장은 발령후 金차장을 불렀다. 뛰어난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입사 4개월만에 승진을 했던 金차장은 안정적인 부산근무를 마다하고 짐을 꾸렸다. 자신을 믿고 재기에 나선 옛 상사의 간곡한 요청을 뿌리칠 수 없었다. 두 사람의 합류소식을 접한 趙씨와 李씨도 裵점장의 연락을 받고 달려왔다. 지난 1월 개점과 동시에 영업이 시작됐다. 한 솥밥을 먹은 경험이 있어 호흡이 척척 맞았다. 휴일과 업무후에는 홍보물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 하루 7시간이상 발로 뛰어 다녔다. 옛 고객들도 소문을 듣고 예탁금을 맡기고 갔다. 땀의 결실은 곧 찾아왔다. 6개월만에 삼성투신 전국 46개 점포중 2위에 올랐고 지난 8월에는 투신시장의 위축에도1,200명, 500억원의 수탁액을 올려 최우수점포로 선정됐다. 연말까지 800억원을 8?유치할 계획이다. 裵점장은 『지금도 실직의 아픔을 겪고 있는 동료들에게 금융계에서 당당히 재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고객에게 신뢰받는 최고의 점포로 키워 금융인으로서 좋은 결실을 맺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기자 kskim@sed.co.kr입력시간 2000/10/05 17:05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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