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대한 수술작업이 본격화됐다.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6일 시중은행 워크아웃 실무자급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열고 워크아웃 기업의 선정기준 등 구체적 표준안 제정에 착수했다. 제도 자체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도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워크아웃 팀장들도 개별 은행별로 생각해왔던 제도의 맹점들을 집중 제기, 이르면 내주중 「표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가 64대그룹, 심지어 5대그룹 주력기업까지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할 방침임을 감안할 때 이번 작업이 전체 기업구조조정의 성패를 가늠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워크아웃 담당자 사이에서 거론중인 「표준안」의 방향은 크게 5가지.
◇선정기준=상당수 워크아웃 대상기업의 선정이 파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워크아웃담당자는 『부도나기 이틀전에 찾아와서 워크아웃을 신청하겠다고 말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소위원회는 이번 기회에 선정기준을 구체화해 「자격미달」기업을 추려낸다는 계획. 자격이 미달되는 기업은 법정관리나 화의로 돌리겠다는 생각이다.
기존의 워크아웃 선정작업은 해당기업 주채권은행의 임원 등 핵심라인을 통해 대부분 이루어졌다. 주채권은행이 채권단에 선정통보를 하면 채권단회의에서 이를 확정짓는다. 하지만 선정을 위한 채권단회의는 사실상 통과의례에 불과, 유명무실한 상태. 기업과 주채권은행 임원간 유착이 생길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과 관련, 신청기업의 여신을 5~10% 가량 갖고 있는 은행의 실무자들이 실무부서장급 위원회를 극비리에 구성, 여기서 가결되면 워크아웃으로 선정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되면 주채권은행만으로라도 실무자급 소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채분담기준=철저하게 손실부담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현재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의 구조조정 관련여신은 총여신의 80%를 넘는다. 이 정도 규모로 금융조건을 완화할 경우 소생하지 못할 기업은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 워크아웃팀장은 이를 30%내외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20~30%는 대주주의 사유재산 등을 털어서라도 해당기업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
◇채권의 정의=구조조정 채권을 과연 어디까지 산정하느냐는 문제다. 보증채무와 해외여신이 중점부분. 특히 해외여신 문제는 워크아웃이 진행되면서 갈수록 표면으로 부각되는 분야다.
현실적으로 기업이 순수하게 해외은행으로부터 들여온 돈이나 해당기업의 보증 등을 통해 차입한 것은 결국 각 채권단이 분담하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선정 당시에는 별 문제가 안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뚜껑을 열고보니 감당키 힘들 정도로 규모가 큰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는 『차제에 해외여신이 지나치게 많은 기업은 워크아웃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자전환·감자비율·합병관련 사항=대부분 기업들은 부채를 출자로 전환할때 보통주보다는 전환사채(CB)인수 방식을 선호한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워크아웃 담당자들은 『보통주를 통한 전환비율이 일정 지분율 이상 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의 로비 또는 기업과 각 주채권은행의 유착을 없애자는 것. 감자비율도 이런 장치와 자동연결된다. 신청기업에 대해 채권단이 제시하는 합병의 경우 현재는 증권거래법상 시가기준으로 하도록 돼있다. 한 워크아웃팀장은 『순자산가치를 통해 정확하게 현실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행각서(MOU)=채권단과 신청기업이 채결하는 이행각서 또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데 워크아웃 실무자들은 의견을 같이 한다. 특히 경영권 보호기준에 대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이 해당 기업에 제시하는 「조건부 경영권 포기각서」가 대표적 경우. 현재는 규정이 엄격한 은행과 그렇지 않은 은행간에 이 사항의 삽입여부가 다르다. 통일된 기준이 없다는 얘기다. 소위원회의 한 위원은 『차제에 보호기준을 구체적으로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기업 오너에 조건부 경영권포기각서를 쓰게한뒤 연간 경영계획을 수립하게 하고, 이를 1~2회 이상 어길 경우에는 경영권을 뺏어야 한다는 것.
◇기타=회계법인의 실사에 대해서도 집고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해당기업을 한번 실사한 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추후 일정기간 그 기업으로부터 수임(受任)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게 대표적 예다. 【김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