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피자집으로 옮겨진 '로미오와 줄리엣'

LG아트센터 내달 5일부터


‘로미오와 줄리엣’이 현대 이탈리안 피자집으로 옮겨 새롭게 펼쳐진다. 리투아니아 젊은 연출가 오스카라스 코르슈노바스는 16세기 이탈리아 몬테규와 캐플럿 두 가문 사이에 벌어지는 비극을 칼과 창 대신 피자 반죽과 하얀 밀가루가 난무하는 대결로 흥겹게 전개한다. 하지만 극적 긴장감은 팽팽하게 이어진다.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사랑과 증오의 감정적 대립, 삶과 죽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막이 오르면 원수지간인 두 피자집이 반죽으로 온갖 재주를 부리며 서로를 견제하고 경쟁한다. 기술을 자랑하며 반죽을 휘두르고 내치고 모양을 만드는 일은 시각적으로 화려하며 청각적으로도 경쾌하게 들린다. 반죽은 누군가 죽었을 때 ‘데드 마스크’가 되기도 한다. 두 피자집에서 벌어지는 비극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무대장치도 눈 여겨 볼만하다. 무대 바닥에 밀가루 반죽을 만드는 조리대가 양쪽 집에 나란히 놓여있고, 그 뒤에는 냄비, 주걱, 포크, 나이프 등 주방 기구들이 진열되어 있다. 또 장총들이 서로를 겨냥한 채 걸려있고, 창과 칼 등 무기들도 보인다. 박제된 듯한 동물과 사람의 해골들과 금박의 장식이 있는 흰색 관도 발견된다. 무대에는 인간의 삶에 필요한 온갖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모두 사실성을 떠나 상징을 위해서 전시되어 있는 오브제들이다. 양철 반죽통은 극 안에서 운명적인 요소 즉 젊은이들 앞에 놓인 죽음을 암시한다. 다양한 모양의 피자반죽과 형체가 없는 밀가루는 비극을 암시한다. 밀가루는 또 시간과 혼란을 상징하는 동시에 재(죽음)를 나타낸다. 밀가루는 사제가 미사를 드릴 때 사용되는 성유이자 교회를 가득 채운 향의 연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줄리엣과 로미오가 마시는 독이 되기도 한다. 거대한 두개의 양철 주방이 때로는 두 집안의 긴장감 넘치는 대결장소로, 두 연인의 애절한 사랑이 오가는 발코니로 그리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운명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관객들의 시청각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며 잊혀지지 않는 장면들을 선사할 것이다. LG아트센터 5월 5일~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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