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5사가 '틈새시장 공략'을 키워드로 한 신차 출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올해 역시 극심한 내수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대량 판매 차종이 아닌 틈새 차종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내겠다는 복안이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5사는 준중형ㆍ중형ㆍ준대형 세단과 소형ㆍ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아닌 다양한 세그먼트의 차를 출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 준중형ㆍ중형ㆍ준대형 세단과 소형ㆍ중형 SUV는 한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급이지만 불경기에서는 수요가 정체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계는 틈새 차급 또는 기존 차급의 파생차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선 현대자동차는 이달 '제네시스 다이내믹 에디션'을 틈새시장 개척을 위한 첫 주자로 내보였다. 이 차는 제네시스에 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부여한 차여서 공격적인 주행감을 원하는 젊은 고소득층에게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어 상반기 내에 준중형 '아반떼'의 파생 모델인 '아반떼 쿠페'와 '아반떼 디젤'을 출시하고 아반떼 패밀리를 구축한다. 아반떼 쿠페는 2도어 쿠페 스타일로 1.6리터 가솔린 엔진을 단 기존 모델과는 달리 2리터급 엔진을 탑재해 주행 성능을 보강했다. 아반떼 디젤은 1.6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해 경제성을 높인 모델이다.
현대차는 오는 3월께 '베라크루즈'의 후속 모델(프로젝트명 NC)을 선보여 기존 모델의 노후화로 수요가 주저앉은 대형 SUV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는다는 방침이고 연말께는 제네시스의 풀체인지 2세대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제네시스 역시 '그랜저'와 '에쿠스' 사이의 틈새를 노려 대박을 터뜨린 차여서 올해 말 새 모델에 대한 기대가 크다.
기아차는 조만간 '카렌스' 후속 모델인 'RP(프로젝트명)'를 출시한다. 이 차는 소형 다목적차량(MPV), 즉 통상의 미니밴보다 크기가 작은 다인승 차량으로 전형적인 틈새 공략 차종이다. 연말께는 박스형 디자인이 특징인 '쏘울'의 후속차를 소개한다. 이 차는 기존 모델에 이어 개성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젊은층을 노린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ㆍ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이 디자인 디테일을 가다듬고 있다.
한국GM은 이달 20일 '쉐보레 트랙스'를 출시한다. 이 차는 국산 소형 SUV의 대표 모델인 현대차 '투싼ix', 기아차 '스포티지R'보다 조금 더 작은 SUV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차급이다. 1.4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을 달아 우선 출시한 뒤 1.7리터 디젤 모델을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국GM은 새로운 세그먼트인 이 차를 통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내겠다는 각오다.
르노삼성은 4ㆍ4분기 소형 크로스오버차량(CUV)인 '캡처'를 출시한다. 이 차는 몇몇 모터쇼를 통해 콘셉트카 형태로 발표되던 차의 양산형 모델로 역시 새로운 세그먼트에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개발됐다.
쌍용차는 '로디우스'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코란도 투리스모'를 최근 출시했다. 11인승 MPV로 북미식 호칭으로는 미니밴에 해당한다. 이 차는 국산과 수입을 막론하고 기아차 '카니발'과 함께 유일하게 고속도로 버스 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는 미니밴이어서 특별한 틈새 수요가 보장돼 있다고 봐도 된다.
한편 한국GM과 르노삼성은 각각 중형차 '말리부'와 'SM5'의 디젤 모델 출시를 검토하고 있어 실현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아울러 한국GM은 '쉐보레 스파크'의 전기차를 하반기에 출시하고 보조금 기반 친환경차 시장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