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제안보' 컨틴전시 플랜 검토

[한·미 훈련…긴박한 한반도] 靑 비공개 안보 점검회의<br>北 추가도발로 상황 악화땐 유동성 공급 확대<br>"추호의 흔들림 없도록 대북 억지력 키워야"<br>수출시장·물가 안정등 분야별 대책도 마련

서해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28일부터 오는 12월1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으로 실시되는 가운데 28일 오전 연평도 해병대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평도=배우한기자


서해 한미 연합훈련 첫날인 28일. 청와대, 광화문과 과천의 정부종합청사,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은 손에 땀을 쥘 정도의 긴장감을 이어갔다. 오전11시20분. 연평도 부근에서 여러 차례 포성이 울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지난 23일의 포격이 또 한번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부 각 부처들은 휴일인 27~28일 모두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했다. 청와대는 27일 오후 비공개 안보 점검회의를 열고 이날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에 대비했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북한이 흔들어도 우리 사회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 대북 억지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특히 경제상황에서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경제 부처들도 휴일 이틀간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며 시시각각 들려오는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과 이명박 대통령의 면담에 이어 중국의 중대발표가 이어지며 이러한 중국의 행보가 글로벌 금융시장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했다. 경제부처들은 특히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컨틴전시 플랜(유사시 행동계획)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 불안감 확대를 경계하면서도 북한의 도발로 급변하는 해외금융시장의 리스크를 최소화시키는 한편 유럽 재정불안 등 대외 불안요인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컨틴전시 플랜의 기본 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부의 충격이 아닌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고 다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충격의 강도가 더 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컨틴전시 플랜의 1단계(모니터링 강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기획재정부ㆍ국제금융센터ㆍ한은ㆍ금융위 등은 국내 금융시장, 국제 금융시장, 수출시장, 원자재시장, 물가 안정 등 5개 분야별 대책반을 구성하고 24시간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했다. 국제적인 신용평가사들을 상대로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이 없도록 하는 작업도 이미 시작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정부가 가장 먼저 취할 조치는 원화 및 외화 유동성 공급 확대다. 정부도 외환시장 등의 쏠림현상이 나타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과 같이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로 시장이 움츠러들고 금리가 오를 경우에는 인위적인 '수혈'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추가 도발로 불안심리가 한층 고조되면 외은지점의 선물환 포지션 확대와 은행부과금 등 자본유출입 2단계 규제방안 도입이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로서는 자본유출입 추가 규제를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자금시장이 흔들리지 않게 한다는 측면에서 과거 컨틴전시 플랜과 달라질 것은 없다"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가 이번 사태로로 인한 시장의 왜곡 등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란 점"이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銀 움직임 시시각각 모니터링
■ 긴장감 도는 경제부처 한미 연합훈련으로 서해의 긴장감이 높아지며 비상경제체제에 돌입한 경제부처의 긴장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말 뉴욕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신용부도스와프가 112.69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으며 북미ㆍ유럽 등 해외 각국의 재경관을 통해 투자자들의 동향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중 은행의 한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이 서해 한미 합동훈련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며 "오는 12월1일 훈련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우리나라의 신용위험이 100bp선에서 상승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정부 과천청사 1동 5층 재정부 국제금융국에는 여느 평일 때와 마찬가지로 사무관 이상 직원들 대다수가 출근했다. 출근하지 않은 직원들도 유선상으로 대기하는 비상대기체제를 유지하며 언제든 출근할 태세를 갖췄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24시간 비상상황 대응팀은 금융시장을 체크하는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국내외 금융ㆍ외환시장은 물론 실물경제 지표들을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고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곧바로 경제 지표와 시장상황은 6층에 있는 비상상황 대책반장인 임종룡 차관실로 보고된다. 같은 시간 서울 명동 은행회관 3층 국제금융센터도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해외 금융시장을 면밀히 분석한다.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 이후 단 1분도 긴장의 끈을 좀처럼 풀지 못하고 있다. 이성한 국세금융센터소장을 비롯해 대부분이 직원이 평일과 마찬가지로 출근해 해외 금융시장은 물론 외신의 반응과 해외투자 은행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실시간 메일링 시스템을 통해 해외투자자를 비롯해 정부 부처, 국내 시장 관계자들에게 금융ㆍ외환시장 상황에 대해 수시로 정보를 제공, 사태에 대한 왜곡 등을 방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은행 직원들도 국내외 주요 언론 동향에 귀를 기울이며 비상 근무 체제를 유지했다. 특히 북한이 한미 서해연합훈련에 대응해 재차 포격을 하는 등 상황이 악화될 것에 대비, 한은 정책기획국·국제국 등 주요 부서마다 3~5명의 직원이 출근해 연평도 관련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음날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한 모습니다. 또 혹시나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해 전직원에게 1시간 이내에 출근할 수 있도록 대기령을 내린 상태다. 정상돈 정책기획국 정책수단연구반장은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경우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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