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라는 장르는 내게 맞는 옷 같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불편하지 않아요."
'마당을 나온 암탉', '나쁜 어린이 표' 등 동화로는 국내 최초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지난 2012년엔 국제적인 아동문학상인 안데르센상 후보에도 올랐던 황선미(52·사진) 작가. 동화라는 장르를 통해 편안하지만, 가볍지 않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힘을 가진 황 작가를 최근 종로구 통의동의 한 갤러리에서 만났다. 그는 그간 동화라는 장르를 통해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하지만 '동심을 바탕으로 어린이를 위해 쓴 산문 문학의 한 갈래'를 '동화'라고 사전적 정의하는 데 대해 황 작가는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정의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황 작가 역시 본인이 쓴 글을 읽는 대상에 아동을 포함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동심을 좀 더 성숙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황 작가는 동심을 처음 가진 마음이라고 본다. 그는 "동심을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으로만 생각하지만, 아이도 본능에 따라 행동하며 남을 아프게 할 수 있다"며 "동심을 너무 포장해서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좀 더 성숙한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르의 선택은 오롯이 작가의 몫이지만, 본인이 선택한 장르의 글을 독자들이 사랑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어른들에까지 그의 글이 읽히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동심이 속되지 않게 남은 사람들이 동화를 읽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장르를 불구하고 글은 사람과 관계에 대해 말한다. 황 작가 역시 동화라는 장르를 빌렸을 뿐 다르지 않다. 어찌 보면 쉽지만, 울림이 주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의 글에 독자들은 장르의 경계를 이미 허물어 버린 것일 지도 모른다. 황 작가는 "너무 지적인 부분에 힘을 줘서 글을 쓰면 독자들의 접근이 어렵다"며 "일반 독자가 멀리하면 (책의) 존재 의미는 없어진다"고 말한다.
최근 출간한 '기다리는 집'에서도 그는 어려운 주제를 말하는 대신 누구나 집에 대해 처음 가져 본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기다리는 집'은 집을 떠났고, 떠나야만 했던 이들이 다시 돌아오고, 망치질을 통해 집을 고쳐 나가며 관계를 회복하는 내용을 담은 가족 이야기다.
책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는 주인공의 망치질이다. 망치질은 재건의 의미로, 단순히 낡아진 집을 고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소통이 끊겼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황 작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곳이 있다"며 "이번 책을 통해 집은 누구나 가고 싶은 곳이며, 집을 갖는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위안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로 등단 20주년을 맞은 황선미 작가는 앞으로도 많은 작품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그는 "등단 20주년을 맞아 특별한 계획은 없다"면서도 "1년에 작품 3편을 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동물과 관련된 글을 쓸 때 묘한 희열을 느낀다는 황 작가는 현재 '마당을 나온 암탉'처럼 동물이 글의 소재로 등장하는 글을 구상 중이다.
사진=송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