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국제공연예술제<br>연극·무용·음악극·복합 장르 등 16개국 34개 단체 참여<br>'셰이커' 예술 경계 파괴… 행복과 슬픔 판단도 관객 몫
| 우즈베키스탄, 이란, 인도, 일본 4개국 합작 '비극의 여인들' 은 아시아의 눈으로 바라본 서구의 신화를 다루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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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리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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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이 가볍기만 한’ 예술에 익숙한 대중들에게 정통 예술의 정수를 선보이는 공연예술제가 서울에서 열린다.
지난 20일 개막, 다음달 14일까지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 예술의 전당 등에서 열리는 2007서울공연예술제(SPAF)는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 받고 있으면서도 대중성을 잃지 않은 연극ㆍ무용ㆍ음악극ㆍ복합 장르 작품을 다수 선보인다.
이번 축제는 이스라엘, 루마니아, 우즈베키스탄 등 16개국 34개 단체를 초청, 21편의 무용, 3편의 음악극, 14편의 연극 공연을 펼친다.
이중 연극 공연인 ‘고도를 기다리며’ ‘세일즈맨의 죽음’ 등은 대중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작품. 하지만 동유럽 출신의 연출가들이 극을 새롭게 해석, 익숙한 고전에서 낯선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연극 ‘장님들’=‘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과연 우리는 누구인가.’
인류가 지금껏 풀지 못했고, 어쩌면 영원히 풀지 못할 지도 모르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질문이다.
연극 ‘장님들’은 이러한 질문들에 또 하나의 의문을 추가한다. ‘왜 인간은 각자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가, 그러면서도 왜 마치 모든 걸 다 아는 듯이 살아가는가.’
작품은 12명의 시각장애인을 등장시켜 인간이 세상을 얼마나 보고 얼마나 이해하는 지를 관객과 함께 성찰한다. 그리고 오류와 허점 투성이인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가 ‘아는 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얘기한다.
연극 ‘장님들’은 1911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벨기에 작가 모리스 메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 1862~1949)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10월 2일 오후 8시에, 3일과 6일은 오후 3시ㆍ6시에 공연하고, 4일과 5일은 오후 4시와 8시에 막이 오른다. 공연장소는 서울 남산 드라마센터. (02)912-3094.
◇연극 ‘홍동지놀이’=배우가 인형의 흉내를 내는 기법을 도입한 연극이다. 인형극의 형식을 취하지만 배우가 인형 분장을 하고 직접 무대에 서서 연기하는 형식이다. 배우의 움직임은 한국 무용에서 뽑아 낸 24개의 기본 동작을 조합해 만들었다.
‘홍동지놀이’는 극중극 형식이다. 그런데 극의 인물이 극중극의 인물과 소통하기도 하고 중첩하기도 하는 등 재미있는 연극적 관계를 형성해 나가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작품을 쓰고 연출한 김광림은 89년 ‘수족관’으로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하고 93년에는 ‘북어대가리’로 백상예술대상 연출ㆍ작품 및 대상을 휩쓸었던 연출자다. 2003~2005년까지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예술 감독을 맡기도 했다.
10월 11ㆍ12일 오후 8시, 13일 오후 4시와 8시, 12일 오후 4시에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막이 오른다. (031)828-5885.
◇무용 ‘셰이커(Shaker)’=눈뭉치(snowball)를 뜻하는 이스라엘 말인 ‘셰이커’는 하얀 밀가루로 뒤덮인 무대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쌓여있던 눈(밀가루)이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함께 공중에 흩날리면서 동화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여기에 형형색색의 조명이 환상적이면서도 냉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부부이기도 한 이스라엘 안무가 인발 핀토(Inbal Pinto)와 압샬롬 폴락(Avshalom Pollack)은 현악, 피아노, 일본의 엔카, 성악을 넘나들며 현대 무용 음악의 경계를 파괴한다.
이 작품은 행복과 슬픔 둘 중 어느 것을 표현했을까. 인발 핀토는 “그건 관객에게 달렸다”고 말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눈의 색깔은 보는 이의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른 감흥을 주기 때문이다.
다음달 13일 오후 6시와 14일 오후 5시에 서강대 메리홀에서 막이 오른다. 일반인 R석은 5만원, 일반인 S석은 4만원. 문의는 (02)3673-2561~4.
◇음악극 ‘입센 인 뮤직’=노르웨이 작곡가 에드바르드 하게르프 그리그(Edvard Hargerup Grieg)가 작가 헨릭 입센(Henrik Ipsen)의 ‘페르귄트’를 위해 작곡했던 음악을 연극과 함께 감상하는 자리다.
1986년 창단된 실내악단 ‘한국 페스티발 앙상블’이 ‘솔베이지의 노래’ ‘작은 백조의 춤’ 등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그리그의 선율을 실내악으로 편곡, 연주한다.
배우들이 희곡 줄거리에 맞는 에피소드를 연기해 관객들에게는 극음악으로 공연됐던 ‘페르귄트’를 온전한 구성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다음달 6일 오후 5시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막이 오른다. 일반 2만원, 청소년 1만5,000원. 문의는 (02)501-8477.
● "장르의 본질찾기 관객도 함께 고민을"
김철리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감독>
"2007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몸과 텍스트에 집중할 수 있는 공연 위주로 꾸몄습니다. 최근 공연예술은 너무 외형적, 장식적이고 내용도 가벼워 각 장르의 본질을 진지하게 찾아보는 자리가 대중들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번 축제를 준비했습니다."
김철리 2007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은 "이번 축제에서 선보이는 공연은 무겁고 진지하다"며 "진지한 예술이 반드시 어려울 거라고 미리 겁 먹을 필요는 없다"고 당부했다.
작품을 선정하면서 그가 염두에 둔 것은 '형식의 다양성'이었다.
형식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연극 작품인 '세일즈맨의 죽음'과 '고도를 기다리며'. 김 감독은 "두 작품 모두 처음 무대에 오른 이후 계속 같은 스타일로만 공연돼 왔었다"며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작품들이지만 이번에는 기존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형식으로 표현돼 두 작품을 이미 본 적이 있는 관객들도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축제 선정작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무용은 다소 대중성이 떨어지는 공연예술 장르인 것이 사실. 이와 관련 김 감독은 "대중들이 무용 작품을 감상하는 데 두려움이 있는 건 무용가들이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주제만을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축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인간의 몸짓에 초점을 두면서 편안한 주제를 내세운 작품들이 대부분이라 이해가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연예술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문화적 충격을 받기를 바란다"며 "관객이 참여 하는 공연예술 축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예술에 있어서 참여라고 하면 관객이 무대에 오르고 배우들이 무대 밖으로 나오는 식의 물리적인 참여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가 생각하는 참여는 관객들의 '적극적인 반응'입니다. 공연을 보면서 감동을 받아도 고상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좋으면 소리도 지르고 맘에 들지 않는다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욕을 해도 좋습니다. 그게 바로 관객의 참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