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최고 60%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6억원이 넘는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도 지난해의 35만명에서 올해는 5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공시가격이 뛰고 과표 현실화율이 80%로 높아지면서 6억원이 넘는 부동산 보유자의 올해 종합부동산세ㆍ재산세 등 보유세는 지난해보다 3배나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부동산 투기가 만연하고 그동안 다른 재산보다 부동산에 대한 세금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만큼 부동산 과표를 현실화하고 세금을 올리는 것은 옳은 정책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재산가치가 늘어나면 세금도 그만큼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일시에 세부담이 두세 배씩 커졌다는 점이다. 자칫 납세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 세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조세저항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공시가격이 발표되자 벌써부터 “베란다를 떼어가라”는 식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종부세는 도입 취지와 달리 선의의 피해자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종부세가 부과된 사람 열 가운데 넷은 1가구1주택자들이고 한 곳에 장기간 살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대부분 투기와 무관한 사람들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싼 동네로 가면 양도세 10%를 내더라도 돈이 한참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는 집을 팔려고 해도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양도세부담이 너무 크고, 더구나 최근에는 부동산 경기마저 식어 쉽게 팔리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퇴로가 막혀 있는 형국이다.
종부세로 선의의 피해자들이 늘어나지 않도록 부동산 투기와 관련이 없는 1가구1주택자와 장기 보유자, 고령자들에 대해서는 세금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거래세를 인하해 쉽게 팔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세율인하는 또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하향안정을 유도할 수도 있다. 아울러 부동산 보유에 대해 세금을 무겁게 물릴 것이 아니라 양도차익 과세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