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회사 밖에서 삶의 의미 찾아라"

■ 워커홀리즘 (브라이언 로빈슨 지음, 북스넛 펴냄)<br>과도한 업무통해 정신적 보상 추구땐<br>동료들에 소외당하고 건강 잃을수도<br>일중독 벗어나려면 주변도움 얻어야




방금 대수술을 마치고 병실로 휴대폰과 노트북을 몰래 가져다 놓는 최고 경영자, 도움을 원하는 환자들을 거절하지 못해 지나치게 많은 스케줄을 잡아 결국 녹초가 돼버린 의사, 줄 담배와 수십잔의 커피를 마시며 밤을 꼴딱 세워도 해 놓은 일을 보면서 뿌듯해 하는 회사 중역… 모두 전형적인 일 중독자들이다. 알코올 중독하면 빈민굴 부랑자 혹은 무책임이 연상되지만 일 중독은 지위ㆍ권력ㆍ물질적 풍요가 먼저 떠오른다. 또 알코올 중독은 성격의 단점이지만 일 중독은 장점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일 중독은 심각한 문제라기 보다 일 잘하는 사람이 받는 '영광의 훈장'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브라이언 로빈슨 노스캐롤라이나 샬롯 대학 교수는 일 중독도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 원리와 같은 중독 증상이라고 말한다. 심리학에서 중독이란 충족되지 못한 심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시도를 말한다. 중독 증상이 깊어지면 일상 생활이 어려워지고 가족이 붕괴되고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며 나아가서는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일을 많이 한다고 무조건 일 중독일까. 그렇지는 않다. 일하고 있는 동안에만 일에 관해 생각하고 그 일을 즐기는 사람은 건전한 근로자로 저자는 일 중독자와 구분 짓는다. 일 중독자들은 일이 마음의 안식처이자 자존심의 원천이다. 그들에게 일을 제외한 삶은 무의미할 뿐이다. 또 이들은 과도한 업무를 통해 정신적 보상을 얻고 불가능한 데드라인을 맞추면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쾌감을 느낀다. 이런 사람들은 더 오래 열심히 일할수록 더 행복하다고 자부하며 업무 스트레스로 동료들로부터 소외된다. 알코올 중독자가 술자리에서 유쾌한 친구나 사교가로 인정받지 못하듯 일 중독자들도 직장을 벗어나면 막다른 길에 이르게 된다. 배우자가 이혼서류를 내밀고 스트레스성 질병으로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진다. 이들은 일의 성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일로써 자신을 학대하기도 한다. 이처럼 일 중독은 인생을 앗아갈 만큼 위험하지만 주변환경은 갈수록 사람들을 쉽게 일에 빠지게 한다. 산 꼭대기에서도 통화를 할 수 있는 휴대폰과 남태평양 휴양지에서도 바다 건너에 있는 사무실과 연결되는 노트북 등으로 사람들은 일에서 멀어지기 힘들어진다. 일 중독의 원인은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현실적인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자신을 숨기고 모범적인 행동을 강요받았던 사람들이 커서 일에 빠지게 되기 쉽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너무 일찍 어른이 돼 버린 아이들이 커서 일 중독자가 되기 쉽다는 말이다. 책은 독자 스스로 일 중독인지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와 일 중독의 위험성 그리고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방안 12가지를 소개한다.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방법 중 하나는 회사 밖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라는 것. 알코올ㆍ마약ㆍ도박ㆍ쇼핑 등 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회복을 위해 병원을 찾듯 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주변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돌아보라. 혹시 내가 일 중독으로 가족들과 동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닌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