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종합상사 꿈은 계속된다

종합상사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여 지속적으로 시장 정보를 파악하면서 상품과 서비스의 시간적, 공간적 이동을 실현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다. 종합상사 제도가 도입된 지난 75년이후 국내 7대 종합상사들은 `수출 첨병`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라면에서 미사일까지`다양한 품목들을 취급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여 신시장 개척을 통한 수출 증대 및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그러나 종합상사들이 국내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년대 70%에서 98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지난해에는 34.78%로 줄어든데다가 일부 종합상사의 자본잠식과 함께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국내 종합상사들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수출입국의 수출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한국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던 종합상사의 위상이 이처럼 흔들리게 된 것은 경영환경의 급속한 변화와 이에 대한 상사들의 준비가 부족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80년대말 이후 종합상사의 주고객이었던 대형 제조업체들이 자체 마케팅과 영업망을 구축하면서 직접 수출전선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종합상사의 입지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제조업체들의 자체 해외현지 법인 설립과 함께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산업이 급격히 신장됨에 따라 과거 수요지였던 곳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게 되었고 그만큼 해외시장에서의 기회와 입지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IMF를 겪으면서 계열사 대행수출에 크게 의존했던 종합상사의 수익기반은 더욱 흔들리게 되었고 금융시장 개방 이후 무역금융의 축소에 따른 자금조달 능력 약화도 종합상사의 여건을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급속한 IT(정보기술)의 발달과 세계화로 상사의 강점이었던 우수한 해외 네트워크망과 정보력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빛을 잃게 된 것도 주요 원인중 하나일 것이다. 종합상사의 위기는 이러한 외적 요인뿐만 아니라 종합상사 자체의 내적 요인도 한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종합상사 출범 이후 무역사고나 여신부실 사고 및 신규 사업의 실패가 반복돼 재무구조를 취약하게 만들었고 결국 기업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켰던 것이다. 결국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른 효율적인 제도와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전문 상사로서의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게 되자 종합상사의 위상은 자연 추락하게 됐으며 `종합상사 무용론`, `종합상사 위기론`등이 언급되면서 우려의 소리가 더욱 높아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수출입국 최전방의 전사로서 시장개척의 투혼을 불살랐던 상사맨들이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나라의 굳게 걸린 빗장까지도 열게 했으며 시베리아 땅 끝에서 열대사막에 이르기까지 지구촌을 무대로 우리나라 제품을 알리고 수출하는데 앞장서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종합상사들이 가지고 있는 해외 거점과 인적 자산, 그리고 노하우 등은 일개 기업의 자산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중요한 수출 인프라이자 소프트웨어인 것이다. 21세기 비즈니스 환경에 맞는 종합상사의 새로운 위상을 찾고 상사맨들의 자신감과 의욕을 되찾아 주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단순히 일개 기업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며, 상사맨들이 활기차게 세계 시장을 누빌 때 우리 기업들은 물론 국가경제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종합상사들은 이제부터라도 내부적인 비효율성을 제거해 나가면서 기업 체질을 강화하는 것을 위기 극복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핵심 경쟁력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수익성 제고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함께 타성과 구습을 없애고 원칙과 기본을 지켜 기업체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상품중개에 의존한 저수익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거래의 고도화, 투자 및 자원개발 사업확대, 대형 프로젝트 수출 등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고수익 사업구조로 전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심일보(삼성물산 전무)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