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화이부동/서상록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로터리)

「공자 평생 취직난」이란 조크를 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사성의 한 사람으로 추앙받고 있는 절세의 위인을 깎아내리는 농담으로 들리겠지만 저자의 변은 이렇다.『공자는 어찌된 셈인지 어느 나라엘 가도 등용되지 못했고 어쩌다 등용됐다 하면 곧 충돌을 일으켜 쫓겨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공자는 교육과 학문에서는 만고의 업적을 남겼지만 현실 정치면에서는 자리잡지 못한 방랑의 설객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공자의 가르침은 너무 반듯(방정)하고 용의주도하며 금제와 비판과 요구가 많아 술술 읽혀지지 않을 때가 있다. 차라리 온후하고 노숙한가 하면 때로는 어리숙하기도 하며, 어눌하고 구수한가 하면 때로는 짓궂기까지 한 노자가 편하게 읽혀질 때가 있다. 범인은 마음의 양식을 가릴 때도 변덕이 있다고나 해야 할까. 공자의 말씀중에 삭일수록 뜻이 깊어 가끔 되새기는 구절이 있다. 「군자는 자기자신을 유지한 채로(부화뇌동 없이) 화합하지만, 소인은 내세울 자기자신도 없으면서(부화뇌동하되) 화합하지 않는다(군자화이불동 소인동이불화)」는 말씀이다. 사족을 붙이면 이 풀이의 「자기자신」이란 정체성이다. 우리의 시정을 보자. 자기자신의 품위를 지키면서도 서로 적도있게 어울리는 양식있는 시민은 얼마나 많으며 도토리 키재기로 같은 주제에 서로들 잘났다고 다투는 소인은 또한 얼마나 많은가. 그런가 하면 각계각층의 지도급 인사 중에 동이불화족은 없는가. 우리가 배운 올바른 민주주의란 시민사회 각계각층의 다른 의견과 이해관계를 기본적으로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그 「다름」(불동)을 온당한 절차를 통해 조정·절충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면서 화동하는 체제다. 때문에 어떤 힘이나 권위가 일방통행으로 내리는 결정에 다수가 부화뇌동하는 체제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요즘 돌아가는 세태를 보면서 우리는 지금 어떤 체제에 길들여지고 있는가를 반추해 본다. 그러나 「실」에 밝은 경제계의 흐름을 보면 「화이불동」의 패러다임이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오늘날의 글로벌 경쟁을 흔히 국경없는 무한경쟁이라고 하지만 무한경쟁의 저편에서 공생을 추구하는 「경쟁적 협력」이 세를 모으고 있다. 이 경쟁적 협력이 「다름」 속의 「화」라는 「화이부동」이다. 패러다임 전환에서는 경제가 정치를 앞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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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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