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3월 5일] <1636> 홈브루컴퓨터클럽


1975년 3월5일, 캘리포니아 외곽 멘로파크. 숲속 허름한 창고에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컴퓨터 엔지니어와 해커ㆍ반전운동가까지 한자리에 모인 목적은 컴퓨터 동호인 결성. 참석자들은 모임의 이름을 홈브루컴퓨터클럽(Homebrew Computer Clubㆍ수제컴퓨터동호인회)이라고 지었다. 컴퓨터 모임에 반전운동가들이 낀 것은 컴퓨터를 냉전과 군비경쟁의 도구로 생각하던 당시의 분위기 때문. 탄도 계산과 미사일 개발에 활용되는 대형 컴퓨터에 학생들은 반감을 갖고 있었다. 컴퓨터가 정부와 방위산업체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유용해질 것이라고 생각한 반전운동가들은 장소를 마련하는 등 초기 모임을 이끌었다. 엔지니어들도 청개구리였다. IBM마저 '개인용 컴퓨터(PC)는 세상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던 시대에 HCC 회원들은 PC 상용화를 믿었다. 최초 모임 참석자 32명 가운데 눈여겨볼 인물은 스티브 잡스. 갓 스무살이던 잡스는 고교 5년 선배로 전자공학의 천재로 불렸던 스티븐 워즈니악과 함께 모임에 참석하며 수제작 PC 개발에 매달렸다. 잡스의 혜안과 집념, 워즈니악의 기술력은 1년4개월 뒤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애플 1'을 탄생시켰다. 애플과 잡스의 성공, 시련과 재기는 익히 아는 대로다. 한때 회사에서 쫓겨났던 잡스는 아이팟으로 재기해 휴대폰과 PC를 결합한 아이폰을 선보이며 정보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워즈니악은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애플의 탄생은 HCC 덕분이었다.' 미국 HCC는 회원들이 정신 없이 바빠지면서 1986년 해체됐으나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모임이 수없이 생겨나 PC세상을 앞당겼다. 주변에 PC를 해부하고 조립하는 청소년이 있다면 박수를 쳐줄 일이다. 청소년의 꿈과 도전에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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