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스틸파트너스, KT&G외 KT등 10여개 기업들 넘봤다

제2 KT&G 사태 재연 가능성 높아

칼 아이칸과 손잡고 KT&G 경영권분쟁을 야기한 스틸파트너스가 KT&G 외에도 KT, 대원강업 등 10여개 한국 기업들을 투자 대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증권업계 및 KT&G 등에 따르면 스틸파트너스측은 지난해 초 국내 한 증권사의 자문을 받아 10여개 종목들을 대상으로 투자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파트너스측은 주식 약정을 조건으로 이 증권사에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EV/EBITDA 4배 미만 ▲높은 시장 점유율 유지 ▲경영 효율성 문제 등의조건에 맞는 기업들을 찾아달라고 자문했다. 이에 따라 당시 KT&G[033780] 외에도 KT[030200], 대원강업[000430], 동아제약[000640], 효성[004800] 등 10여개 종목들이 투자대상으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파트너스측은 그러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 않으면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보유하고 있으며 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정부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KT&G를 최종적으로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초 스틸파트너스측의 제시로 여러 종목들에 대해 논의했었다"며 "최종적으로 KT&G가 투자 대상이 될지는 예측하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스틸파트너스는 또 대원강업에도 투자를 시도했으나 중간에 중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스틸파트너스측이 일본에 이어 한국내 투자를 늘릴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제2의 KT&G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엄준호 한국 스틸 파트너스 대표가 지난달 17일 KT&G 주주총회에 참석해"보통 3~5년 정도를 투자하는 장기투자자"라며 "추후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종목들이 타깃?' =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 스틸파트너스측이 제시한 투자 조건에 맞는 기업들로는 KT&G와 함께 KT, 대원강업, 동아제약, 효성, 오리온[001800], CJ[001040], 대한항공[003490], 삼양사[000070], 삼양제넥스[003940], 제일모직[001300] 등이 물망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파트너스측은 그러나 대주주 지분율이 취약하고, 경영 효율성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 중에서 업종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들을 선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정부 규제나 정책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보유 자산이 많아 회사가 부실해지더라도 최소한 투자 원금은 건질 수 있는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꼽았다. 따라서 스틸측이 요구한 조건에 맞는 기업들 중에서 KT는 외국인 투자 한도에묶여 있다는 점에서, POSCO의 경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주식 투자에 따른 수익을극대화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투자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또 대한항공도 대주주 지분율이 30%대인 데다 PBR이 1배 미만이지만 업계 특성상 정부 정책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때문에 투자 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린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대주주 지분율이 30% 미만인 대원강업도 KT&G처럼투자대상으로 낙점을 받았지만 일평균 거래량이 10만주 미만으로 저조해 주식물량확보가 어려워 투자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스틸파트너스, 타기업 동시공격 가능성 높아 =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본 투자스타일을 감안할 때 스틸파트너스가 KT&G 지분을 장기 보유하면서 국내 다른 기업을 물색해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틸파트너스가 일본에서 수십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를 감안할 때 국내에서도 1개 기업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주행동주의를 내건 투자자들은 한 회사를 공격하다 소강상태에빠지면 다른 기업에도 투자한다"면서 "스틸파트너스도 KT&G 지분을 계속 보유하면서적당한 다른 기업을 물색해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다수 국내 기업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어 제2의 KT&G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KT&G도 증권사측으로부터 스틸파트너스의 지분 매입 소식을 전해듣고자사주 매각 등을 고려했으나 실행하지는 않았다. KT&G 관계자는 "스틸파트너스의 지분 매입 소식 이후 자사주 매각을 염두에 뒀으나 자사주를 매각할 경우 70%에 이르는 해외투자자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고 판단,실제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의 공격적인 투자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기업들이 적지 않다"며 "기관투자가의 역할 활성화 등의 제도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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