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과다차입·인출 급증 ‘치명타’/신세기투신 도산배경·파장

◎“투신도 불안” 자금이동 예상◇신세기투신 왜 도산했나 신세기투신이 계약이전 등 파산절차를 밟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수탁액보다 많은 과다한 차입금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영업정지된 종금사에 1천4백억원이나 물린데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자금인출 급증과 차입난에 있다. 지난 16일 신세기투신의 차입금은 7천5백98억원으로 수탁액 2조8천3백억원에 비해 과다한 편. 부실한 재무구조는 금융기관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수탁액 감소로 이어졌다. 신세기투신의 수탁금은 지난 10월말 3조90억원을 기록했으나 이후 수탁금 증가세 내지 정체상태를 보인 다른 투신사와 달리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 16일까지 1천7백84억원이나 급감했다. 환매자금 마련을 위해 외부차입에 나선 신세기투신의 차입금은 지난 8일부터 급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9일 차입금은 8천34억원으로 전날보다 7백억원 가량 늘어났고 다음날인 10일에는 8천8백22억원으로 증가했다. 이틀만에 차입금이 1천5백억원이나 급증한 셈이다. 영업정지된 종금사에 자금이 묶인 상태에서 차입금마저 급증, 하루에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상환액이 1백억∼2백억원에서 2백억∼3백억원 급증하자 신세기투신은 급속한 자금난에 처하게 됐다. 이 와중에 증권금융을 통해 장기신용은행으로부터 빌린 1천억원의 만기가 돌아왔고 일부 법인고객들이 일시에 1천6백20억원의 환매를 요청하면서 신세기투신은 결국 손을 들고 만 것이다. ◇파급효과 신세기투신의 업무정지는 투신업계뿐 아니라 전금융기관에 또한번의 혼란을 초래할 전망이다. 종금사에서 시작된 영업정지 행진이 증권사에서 다시 은행과 함께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투신사로 이어지면서 『안전한 금융기관은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투신사들간의 자금 대이동이 예상된다. 투자신탁이 안전하다는 것은 신탁재산을 다른 금융기관이 보관, 관리하기 때문이지 회사 자체가 안전하다는 것이 아님을 이번 사태로 인해 모든 고객들이 명확히 인식하게 될 것이다. 짧은 기간이라도 자금인출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우량 금융기관으로 자금을 옮기는 고객들이 무더기로 발생할 경우 투신권은 연쇄적인 지급불능 사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이에따라 투신사 관계자들은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에 투신사간 합병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위기를 넘겨낸 다른 투신사들에서도 수탁액 증대, 경비절감 등은 물론 증권사전환 등 살아남기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편 신세기투신은 신탁재산을 인계하고 나면 고유계정의 주식과 미매각수익증권, 그리고 막대한 부채밖에 남는게 없기 때문에 결국 청산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최상길 기자> ◎어떤 회사인가/89년 인천서 설립… 96회계년 558억 적자 신세기투자신탁은 인천에 본사를 둔 지방투신사로 지난 89년 10월30일 설립됐다. 당시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다른 4개 지방투신과 함께 발족됐다. 본래 회사명은 한일투신이었으나 지난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신세기투신으로 개명했다. 설립당시엔 지역 상공인과 주민들이 1%를 밑도는 소액주주로 참여했으며 출범당시 자본금은 3백억원이었다. 지난 96년 3월29일 자본금을 6백억원으로 1백% 증자하는 과정에서 코리아제록스의 모기업인 동화산업이 1대주주가 됐다. 지난 5월말 현재 지분구조는 동화산업이 22.82%로 최대주주이고 계열사인 유강교역 3.22%, 문대원 신세기투신사장(코리아제록스 부회장) 1.59% 등 문회장과 특수관계인이 27.63%를 가지고 있다. 이밖에 대한제당이 11.0%, 서울증권 9.99%, 경기은행 5.48%, 우리사주 3.31% 등의 지분율을 나타내고 있다. 전체 주주수는 1만7천8백77명에 달한다. 본사 영업부와 법인영업부를 포함해 29개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종업원수는 3백51명이다. 지난 17일 현재 수탁액은 공사채형 2조6천억원, 주식형 2천3백억원 등 2조8천3백억원으로 기존 8개 투신사 가운데 가장 적다. 지난 3월말로 끝난 96회계연도에는 영업이익이 10억원에 그친 반면, 영업외비용이 6백9억원에 달해 이에 따른 지급이자 부담으로 인해 5백5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임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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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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