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일, 한·중 때리기는 2차 시장개입 명분쌓기 사전 포석

■환율전쟁, 한·중·일 감정싸움<br>한·중 외환정책 공격 이틀만에 "G20과 상관없이 확고한 조치"<br>독자 개입 임박 가능성 시사… 글로벌 비난 여론 회피 노린듯


'일본의 한국 딴죽걸기는 추가 시장개입을 위한 명문 쌓기였다.' 지난 13일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강도 높게 비난했던 일본 경제관료들이 불과 이틀 만에 일본이 주요20개국(G20)과 상관없이 추가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한국과 중국 외환정책에 퍼부었던 이례적인 공개비난이 결국은 일본의 2차 시장개입 명분을 쌓기 위한 포석이었음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재무상은 이날 관료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날 엔화 가치가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대해 "선진7개국(G7)이나 G20와 상관없이 필요할 때는 확고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한 차례 대규모 시장개입에 나섰던 일본이 G20 회의에 앞서 또 한 차례 독자적인 시장개입을 단행할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한 셈이다. 일본은 지난주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 때만 해도 9월 환시장 개입으로 '유구무언(有口無言)'의 처지에 있었다. 오하타 아키히로 경제산업상도 이날 회의 후 기자들에게 "국내 경제상황을 봐도 지금의 엔고는 정상이 아니다"라며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다시금 내놓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경제재정상 역시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은 일본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적절한 타이밍에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13일 "한국과 중국은 공통 규범하에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 "한국은 원화 환율에 수시로 개입하고 있다"며 한국의 외환정책에 직접적인 공격을 퍼부은 일본 관료들이 한목소리로 일본의 독자적인 추가 시장개입이 임박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결국 최근 한국에 대한 일본의 '딴죽걸기'는 일본이 2차 시장개입을 단행하기에 앞서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을 한국으로 돌리는 한편 한국과 중국의 외환정책을 일본의 추가 시장개입의 근거로 이용하려는 사전 포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속되는 엔고에 시달려온 일본은 9월15일 엔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82엔대까지 떨어지자 2조엔을 웃도는 대규모 자금을 시장에 풀어 달러를 사들이는 시장개입을 단독으로 감행한 바 있다. 하지만 개입 이후 일시적으로 떨어졌던 엔화 가치가 불과 열흘 만에 원상복귀되고 10월 들어 엔고 추세에 한층 가속도가 붙자 시장에서는 일본이 추가 개입을 단행할지 여부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여왔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장개입을 단행해 사실상 '환율전쟁을 촉발했다'는 암묵적 비난을 받아온 일본이 국제공조의 장인 G20 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환율전쟁을 증폭시킬 2차 개입 단행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엔고에 따른 산업계의 타격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가 지속되는 엔고를 지켜볼 수만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의 대표 수출기업인 도요타자동차가 엔고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해 주력 소형차인 '코롤라'의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생산기지를 100%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최근의 가파른 엔고 현상은 일본 산업계와 경제 전반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재계단체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의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회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엔화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수출경쟁력을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정부 및 통화당국에 대해 "외환시장 개입을 포함, 기동성 있게 정책적 대응을 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시장개입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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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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